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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일상: 12월의 시작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2. 4. 16:55

일상: 12월의 시작.

추수감사절 연휴, 비가 잇달아 내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여기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만 올라가면 눈까지 구경할 수 있다. 비가 그친 화창한 겨울 날, 12월의 시작이다.

일년 간 옷장 안에 처박혀 있던 외투를 꺼내 입는다. 캘리포니아로 이사 온 뒤 세상 빛을 전혀 보지 못했던 옷들이 옷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장갑과 목도리도 눈에 띄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춥겠어 하는 마음에 손사래를 친다.

경솔한 마음이었나. 밖으로 나온 나는 몸을 잔뜩 움츠린다. 손발이 차다. 다시 집에 들어가자니 귀찮음이 밀려온다. 차가운 대기는 햇살의 따스함을 씻어냈다. 나는 대신 얼른 차 안으로 들어가 히터를 켜는 방안을 선택한다.

예배에 참여한 뒤, 전통 찻집에 둘러앉아 주인장의 친절과 지인들의 배려에 힘입어 허기진 배를 채우고 차가워진 몸을 데운다. 커피를 마실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차를 좋아하는 아내가 오면 꼭 데려와야지 하고 생각한다.

돈까스와 짜장면이 주말에는 할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망스러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저녁을 떼울 겸 두 음식을 제값을 내고 지인들과 나눈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는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좋다. 음식도 더 맛을 내는 것 같다.

2주 후면 난 한국으로 가는 여정일 테다. 어제도 아내와 화상전화를 하며 참 좋았다. 곧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눌 수도 있고 얼굴을 만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본능일까 사랑일까.

남은 2주 간은 연구에 좀 더 매진해야겠다. 내년에는 정말 마무리짓고 결실을 맺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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