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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표현력.
"떨리는 가슴으로 나는...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보았다."
여기서 '떨리는 가슴'은 일인칭 용어인 반면, '떨리는 어깨'는 이인칭 용어다. 가슴과 어깨의 차이. 가슴은 앞에 위치하며 내가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내 의지를 반영한다. 반면, 어깨는 내 눈으로 보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의 어깨를 보는 편이 더 쉽다. 그것도 앞이 아닌 뒤에서 그 사람 몰래 보는 것이다.
'떨리는 가슴'은 주로 화자의 감정 상태를 표현한다. 흐느껴 울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흥분과 기대에 벅차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떨리는 어깨' 역시 감정을 나타내지만, 화자가 아닌 화자의 시선이 닿아있는 상대방의 감정이다. 온몸이 흔들릴 정도가 아니라 어깨가 떨린다는 것은 미세한 움직임을 뜻한다. 화자의 시선에는 그런 미세한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녹아 있는 것이다. 시간은 정지하며 그 시간은 화자의 모든 감정이 집중된다. 공간은 오로지 화자의 눈에 담긴 상대의 어깨의 미동으로 가득 찬다. 이때 어깨의 미동은 곧 세계의 미동이다. 화자의 떨리는 가슴은 상대의 떨리는 어깨의 리듬에 맞춰 모든 시공간을 채우며 거대하고도 유일한 움직임이 된다. 이것이 바로 화자의 따뜻한 시선이 상대에게 닿는 여정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이런 문구들을 좀 더 풍성하게 알았으면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얻는 즐거움이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작가의 세심한 표현이 이젠 하나씩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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