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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2020 독서 계획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12. 10. 14:36

2020 독서 계획.

내년에 다섯 편 이상 읽을 고전문학작가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로 정했습니다. 한국 일정이 12월에 생긴 바람에 미처 다 끝내지 못할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더불어 그의 몇몇 단편소설도 내년에 마저 읽을 계획입니다. 또한 제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의 문체로 쓰인 몇 편의 작품도 읽을 계획입니다. 파스칼의 '팡세',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카뮈의 '결혼', 장 그르니에의 '섬' 등입니다. 몇 번씩 시도했으나 번번히 중도 포기했던 작품들이랍니다. 그래서 미련이 많이 남습니다. 내년에는 꼭 읽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상문까지 남길 수 있다면 더 좋겠구요.

제가 참여하고 있는 철학 모임에서는 헤겔과 마르크스, 하이데거와 라깡에 대한 입문서 혹은 개론을 읽는다고 합니다. 읽어나가는 책의 수준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인문학과 전혀 상관없이 지냈던 저의 이삼십대에 대한 후회와 원망 때문인지 오히려 기대도 되고 도전도 받습니다. 왜 저는 저의 그 젊은 나날들을 허구한 날 논문만을 읽으며 날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가 됩니다. 진짜 과학자는 과학만 해야 한다고 은연 중 믿었기 때문이겠지요. 괴짜나 오타쿠 같은 정도로 한 우물만 파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각인되어 있던 피라미드 체계에 길들여진 모습이었겠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사십대에 들어서 그런 것들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 좋습니다. 여전히 피라미드 시스템의 잔재가 제 안에 많이 남아있어 (절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요) 커리어에 대한 미련이 불쑥불쑥 솟아 올라 저를 괴롭게 하지만, 좀 더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 가는 것 같고, 좀 더 교회 안의 그리스도인이 아닌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인생이란 뾰족한 첨탑으로 오르는 길이 아니라 풍성한 열매를 따먹으면서 이웃들과 함께 걷는 과정이라고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적어도 제 아들에게만은 피라미드 체계가 인생의 전체 구조가 아님을 알려줘야겠습니다. 특히나 그리스도인이면서 피라미드 체계에 앞장서서 부역한다는 건 모순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회적 영향력이 영적 영향력으로 누적포인트 변환하듯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꼭 알려줄 생각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피라미드를 오르는 삶이 마치 달란트를 발견하고 살리는 삶인 것처럼 거짓말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마도 그게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조언 중에서도 중요한 측에 속하지 않을까요. 제가 올라온 만큼의 노하우로 아들이 더 높은 피라미드를 오르도록 샛길을 몰래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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