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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은혜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4. 25. 15:24

은혜.

인생의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오직 선물로만 받을 수 있다는 뷰크너의 글을 사월에 불쑥 찾아온 한여름 같은 날 밤 모처럼 한가로이 책장 앞에 앉아 가만히 되씹어본다.

나눈다는 건 선물을 주고 받는 일과도 같다. 그건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오고가는 정, 일상 속에서 누구나 충분히 행할 수 있는 작은 배려, 관심과 사랑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돌려받는 건 기대하지도 않으며 주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조심스레 살피는 마음은 선물을 주는 자의 마음일 것이다.

말하기 전에 귀기울여 듣고, 공감하고, 내게 있는 걸 남에게 줄 수 있다는 건 아직은 인생이 살맛 난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걸 마음껏 살 수 없는 경제가 내게 주어졌음을 감사한다. 부자가 살 수 없는 그 은혜를 빈 손으로 누릴 수 있음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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