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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스토리텔링.
내 옆에 있는 한 사람도 잘 모르면서 인간의 본성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경솔함은 개별성과 보편성 간극을 함부로 사용한 결과다.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그 간극은 인간의 필연적인 한계이기도 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보편성에 절대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보편성은 레퍼런스일뿐, 그것을 모든 개별성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의도하지 않은 폭력성이 드러나 쉽게 부작용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이는 책 한 권만 읽고 지껄이는 경우와 궤를 같이한다.
보편성은 자신의 직접 경험으로 얻어지긴 힘들다. 일반적으로 책이나 강연 등을 통해 보고 들으며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하지만 개별성은 보다 현장성과 구체성을 가진다. 즉, 개별성은 그것만의 컨텍스트에 보편성보다 더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보편성이 개별성에 대하여 폭력이 될 땐 개별성의 컨텍스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옳은 텍스트라도 컨텍스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의 완전성을 위해 일부러 그 컨텍스트의 중요성을 축소시킨다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텍스트가 띤 함의는 자동적으로 은폐되는 동시에 화자나 저자의 화려한 스토리텔링만이 남게 되고, 그것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로 청자나 독자에게 새겨진다.
공부하지 않아서 몰라서 그렇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것까지 고려하지 못한 (혹은 하지 않은) 자신의 무지나 게으름 혹은 좁은 식견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독자로 하여금 마치 그것만 따라가면 완성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여기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진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장사는 덜 되더라도 특정한 컨텍스트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텍스트라는 점을 초반부터 언급하고 스토리를 전개해가는 게 양심적이지 않을까. 간접적인 유도는 직접적인 위선보다 훨씬 더 악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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