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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러움과 사랑하기.
저번 주엔 내 생일이 있었고 이번 주엔 일주일 차로 아내의 생일이 있었다. 마흔 셋과 마흔 둘. 함께 나이를 먹어간 지는 벌써 15년이 넘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두 번 말다툼이 끊이지 않는 삶을 살아오며 사랑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띠는지 조금씩 더 알게 된다. 그리고 그건 나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각과 늘 함께였다. 소설이나 영화 속 낭만이 사랑이 아닌 건 아니지만, 그것은 사랑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도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안쓰러움이랄까. 서로의 앞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고, 서로의 뒷모습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읽어낸다. 아, 이것밖에 내가 해줄 수 없었던가.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못했던가, 하며 나의 미련함과 옹졸함과 유치함이 이내 부끄러워진다. 치장되지 않은 나의 민낯은 배우자의 뒷모습에 그려져있다.
좀 더 사랑하며 살아야지. 부재가 습관처럼 일상처럼 각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이것저것 탓하기 이전에 소소한 감사함을 회복하고 소중한 일상을 재발견해야지, 하며 난 오늘도 마음을 가다듬는다. 날 향한 죄책과 수치의 화살이 소중한 사람을 위한 배려와 사랑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소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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