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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오래참음의 대상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7. 25. 16:53

오래참음의 대상.


사랑의 미분계수는 낭만일 수도 있고 빛나는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의 적분은 견딤이다, 오래참음이다.


견디고 오래참는 행위가 난 여태껏 그 대상이 상대방인 줄 알았다. 상대방을 십자가로 짊어지고 꾹꾹 참으며 자신의 인내심을 다스리는 삶이 사랑이라는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즈음 같은 텍스트를 다시 읽는다. 견디고 오래 참아야 할 대상을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으로 읽는다. 그러면 본문이 다르게 읽힌다.


찰나의 사랑은 상대방만 조명하지만, 지속된 사랑은 자신도 비춘다. 점점 실망하고 화가 나는 건 상대방이 아닌 나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래서 저항하고 전투를 벌이지만, 마침내 고요 가운데 찾아오는 깨달음은 나의 못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도 이 역할을 해줄 수 없기에 신은 배우자를 붙여, 서로의 ‘성역’에 들어가는, 그 ‘위험천만한’ 일을 하게 하셨나보다. 


견디고 오래 참아야 할 대상은 상대방이 아닌 나라는 사실. 겸손은 낮추는 게 아니라 낮은 내 모습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거품을 빼는 지난한 과정이다. 오래 참는 사랑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사랑 없는 성찰은 희생 없는 사랑과 같다. 그리고 이제서야, 고통이 동반되지 않은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조금 더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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