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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땀: 파괴와 창조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9. 1. 15:09

성실한 땀: 파괴와 창조.


견디는 삶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건 성실한 땀이라 했다. 일상이 견디는 삶이라면, 성실한 땀은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내는 비결이 된다.


성실한 땀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감사의 제목이 된다. 우리 주위에는 그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웃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나는 또 한 번 입을 다물고 겸허해진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이 작고 초라한 환경을 다시금 바라보며 묵묵히 또 하루의 땀을 흘린다.


언젠가부터 원하는 게 모호해졌다. 원하고 바라는 것들의 대부분이 과녁을 빗겨나간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이 필요 없다거나, 꿈을 지워버렸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저 계획이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거품을 조금씩 빼고 있을 뿐이다. 


창조란 항상 무에서 완성된 모습으로의 직선 운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엔 필요해서 같이 만들었지만, 나중엔 그 필요가 사라져 그것들을 파괴하고 제거함으로써 마침내 계획했던 완성품을 만들어낼 때가 있다. 이렇듯 나의 인생도 조금씩 불필요한 부분들이 파괴되고 제거되면서 점점 다듬어져가고 있는 건 아닐까. 창조로 완성되었다가 망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여전히 창조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있는 건 아닐까. 정금같이 단련된다는 것은 파괴를 동반한 창조의 완성 과정을 뜻하는 게 아닐까. 


파괴되면서 무너지고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파괴되면서 창조는 완성되어져간다. 그러므로 파괴는 파괴가 아니다. 창조의 일환이다. 성실한 땀으로 하잘것 없는 일상을 견뎌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 길은 파괴의 어두움이 아닌 창조의 빛 속에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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