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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내음.
풀냄새가 코를 찌른다. 짓이겨진 채 옷에 닿으면 좀처럼 지워지지 않던 그 짙은 녹색, 거기서 묻어나던 짙은 내음. 매의 눈으로 어디를 쏘다니다 왔는지 묻는 엄마에게 좀처럼 숨길 수 없었던 그 선명한 흔적을 난 똑똑히 기억한다. 섬광처럼 지나가버린 어린 날의 기억들. 이렇게 가끔 여름날의 짙은 풀내음과 같은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은 나를 단숨에 그 기억의 방으로 인도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잠자코 그 인도를 따라 기쁘게 문을 열고 그 환희의 순간을 맞이한다.
나는 흐르는 시냇물을 두손으로 받아 서투른 몸짓으로 그 곳에 뿌리고, 나름 요령껏 옷을 비벼 매매 지우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 녹색은 조금 연해지고 옆으로 번질뿐 짙은 흔적은 문신처럼 그대로 남아있다. 아, 그때의 절망감이란.
기울어가는 햇살을 등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던 그 시절. 바닥에서 조용히 일던 흙가루에 신고 있던 샌달은 하얗게 얼룩덜룩 변해 있다. 샌달 뿐이겠으랴. 내 옷도 얼굴도 머리도 온통 먼지를 뒤집어쓴 채 신나게 하루를 보내던 나날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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