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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읽고 쓰기의 서글픈 변질

가난한선비/과학자 2020. 9. 21. 13:58

읽고 쓰기의 서글픈 변질.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오늘날 읽을 것은 언제나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 읽는 것들의 무게를 달아보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는 의문이 든다.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읽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아니 인류의 상당한 수가 읽는 행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굳이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이십 년 전, 혹은 십 년 전의 독자들이 읽었던 것들의 무게와 2020년 현재 전세계에 흩어진 독자들이 읽는 것들의 무게를 비교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가벼워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피를 말하는 게 아니다. 무게를 말하는 것이다. 

어려운 책이나 학문적인 글들만 무게가 나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언제나 저 너머를 생각하고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무엇이든 상품으로 만들고 소비하며 즐기는 욕망으로 가려지고 퇴색되어져 가는 현상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읽는 것들 안에 담긴 인간의 무게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돈의 무게가 아니라!

읽는 것과 쓰는 것의 본질은 아무래도 모든 존재자 중 유일하게 존재를 묻는 현존재인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으로부터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결코 팔아서 돈으로 바꾸고 또 돈을 소비하기 위한 것이 읽고 쓰는 행위의 목적이 아닐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점점 변화해온 출판시장의 현황과 일반적인 독자들의 관심분야를 추적해보면 아마도 그 목적이 점점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이름으로 낸 책 한 권을 꼭 갖길 원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널렸다. 오히려 갈수록 증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갈수록 책을 사지 않는다. 진득하게 앉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읽어낼 수 있는 책은 이제 사람들의 손에 잘 들려지지도 않는다. 책 한 권을 혼자서 다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이젠 그저 바보나 하는 비효율적인 짓처럼 여겨진다. 책 대신 요약을 찾고, 요약 중에서도 짧은 요약을 찾으며, 그것도 소화하기 싫어해서 카드요약이나 카드뉴스와 같은, 잔가지들을 다 제거해버린, 그래서 오해와 착각을 만들어내기 쉬운 인스턴트한 메시지 정도만을 읽길 원한다. 읽기를 그렇게나 싫어하면서도 여전히 책을 내고 싶어하는 이 기이한 현상. 거기에다 출판시장의 불황까지.... 이것이 내가 관찰한 이 시대의 단상이다.

잘 나가는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이러한 정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가 이렇게나 역겹게 들릴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지혜가 상업용 비법으로 전락해버린 양상인 것 같아서 나는 서글픈 감정을 느끼고 한숨이 나온다. 

차라리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한 정보화 시대의 가속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바보같은 극단적 생각도 해본다. 적어도 읽고 씀으로써 인간의 본능을 발현하는 점에 있어서는 변질과 타락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기 때문이다. 공해가 너무 많다. 목이 막히고 가래가 올라온다. 목이 마르다. 마른 침에서 단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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