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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눈은 간사하기 이를데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눈이 보이는 결과가 전부라고 자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위해 존재할 뿐인 것처럼, 마치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는 모두 아무 소용없는 것인 것처럼, 사람들은 아주 그럴듯하게 논리를 만들어 놓고 그렇게 암묵적으로 믿어왔다.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대부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폭풍같은 눈물을 쏟아낸다. 그 광경을 구경하는 우리들은 아주 쉽게 그 눈물의 의미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정작 그 선수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그것이 아니었음을 금새 알게 된다. 대부분의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그동안의 4년 이상의 기간동안 남몰래 흘려왔던 땀과 피나는 노력과 수고가 생각나고 그것이 먼저는 자신에게 그리고 남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 같아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다. (아마도 어떤 이들은 그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겸손한 척 하네' 라든지,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 라고 생각해 봤으리라. 왜냐면 그 선수들의 인터뷰가 진심이 아닌 꾸며낸 이야기라고 본능적으로 받아들일만큼 스스로의 생각의 방향이 비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결국 결과 위주, 성과 위주의 사고방식이 이미 뿌리가 내려 그것에 의해 모든 것을 들여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들의 연속적인 합이 눈에 보이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함께 땀 흘리고 함께 피나는 노력을 해 왔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한 동료 선수들의 경우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그들에겐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허사일까? 그들도 똑같이 수고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예의상 해주는 립서비스인가? 아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그들은 이미 금메달을 딴 선수와 함께 영광을 누려도 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진짜 운동 선수였다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그동안 훈련해 왔다기 보단, 좀 더 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루 이틀, 혹은 한달 두달, 아님 일년 이년 정도 단기간으로 집중적으로 운동해서 올림픽에 나왔다면 모를까, 사실 올림픽 대회에 나올 정도면 인생 전체를 올인해 왔던 사람들이고, 그동안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거듭하며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낸 사람들이다. 단지 메달이 목표인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절대 이겨낼 수 없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번 김연아 선수의 올림픽 은메달의 의미에서 이런 맥락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김연아를 바라보는 사람들과는 달리 김연아 선수 스스로는 이번 올림픽의 목표가 금메달이 아니었다고 했고, 금메달을 딸 수 있었으나 억울하게 빼앗긴 것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어도 전혀 그런 이유 때문에 슬프거나 억울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이상화 선수의 후배들에 대한 진심어린 응원에서도 이를 볼 수 있는데, "메달 못 따도 괜찮다. 이미 너희들은 최고다. 부디 다치지만 마라."는 코멘트가 바로 그것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 (그동안의 남몰래 흘린 피눈물나는 노력과 수고로 인해 발전한 기량)를 들고 올림픽 대회에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바로 '승리'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정상에 올라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공감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상에 올라가 봐야만 '눈에 보이는 결과' 를 만들어낸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 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걸까? 정상에 올라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금메달 못따도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한 거다." 라고 스스로 말한다면, "넌 메달 못 땄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하고 딱 잘라 무시해 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정상에 올라가 보지 않아도 정상에 올라가 본 사람들처럼, 어쩌면 그런 사람들보다 더 깊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 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고, 오히려 메달 딴 사람만 기억하는 (1등만 기억하는) 사람들의 그 무시를 그냥 무시해 버려도 상관없다고 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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