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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저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야, 맞아 저 사람은 참 예쁜 사람이야, 하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정이 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뒷모습이 순수한 사람이랄까.
앞모습은 자신이 꾸밀 수 있지만 뒷모습은 그러기 쉽지 않다. 거울에 비치지 않는 곳. 그러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곳. 사람의 뒷모습.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면 나는 늘 상대의 뒷모습을 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아쉬워서만도 아니다. 한 사람의 뒷모습엔 무언가 다른, 그 사람만의 고유한 모습이, 미처 숨기지 못한, 혹은 미처 드러내지 못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뒷모습까지 도도한 사람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가 먼저 다시 만나자고 하진 않을 사람이다. 앞모습은 도도했지만 뒷모습은 외로워 보이는 사람도 있다.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혼자 보내기가 괜히 미안해지는 사람이다. 마음에 남아 기도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반대로, 앞모습은 약해 보였지만 뒷모습은 씩씩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만나서 얘기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헤어질 때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은근히 놓이는 사람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앞모습도 뒷모습도 모두 측은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 무너져가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꾸는 앞모습까지도 손을 놓아버린 사람이다.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만날 때면 말은 줄고 마음은 바빠진다. 그럼에도 상대의 애써 태연한 척하는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다. 결국엔 내 마음도 무너진다.
뒷모습이 예쁜 사람이 있다. 나는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예쁜 사람이 더 좋다. 여백을 느낄 수 있어서다. 내면세계에도 무대가 있다. 나는 그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나 뒤에 있는 그 사람의 더 큰 실체를 보길 원하는 내밀한 마음이 있다. 사람을 볼 때면 그 사람의 마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건 사람의 여백이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무대를 꾸미지만, 무대는 연극이 끝나면 더욱 외로운 곳일 뿐이다. 나는 그래서 여백을 보기 원한다. 그 여백은 바로 그 사람의 뒷모습에 고스란히 있다. 그 사람은 미처 모를. 그래서 더욱 은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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