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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사랑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3. 31. 14:35

사랑

누군가를 미워하는 행위를 벼린 칼을 찌르는 의식적인 행위라고 한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는 벼리지 않은 칼을 찌르는 무의식적인 행위와 같다.

우리 몸은 크고 작은 많은 가시로 뒤덮여 있다. 철이 들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누군가에게 다가가도 자기 몸에 난 가시들을 다 제거할 수 없다. 또 아무리 그 가시들을 인지하고 감추려고 노력해도 완전할 수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린 상대를 찌르게 되어 있다. 

우린 사랑받길 원한다. 그러면서 아무 데도 찔리지 않길 원한다. 우리는 사랑을 주길 원한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길 원한다. 

사랑은 자신의 가시를 인지한다. 사랑은 상대의 가시를 품는다. 사랑은 진공 속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사랑은 서로의 가시로 인해 찌르고 찔리는 과정에서 싹트고 자란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견고해진다. 못 보던 자신의 가시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자신을 찔러 아프게 하던 상대의 가시를 더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철이 든다. 우리는 사랑하면서 철이 든다. 

주고받은 상처 때문에 사랑이 사라져 간다고 느낄 때. 사랑하는데 어떻게 상처를 줄 수 있냐는 원망의 생각이 고개를 쳐들 때. 먼저 겸손해지자. 상호 간의 영점을 맞춰가는 과정을 거쳐내지 않고 어찌 사랑이 이뤄질 수 있을까. 어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하면서 철이 들고, 철이 들면서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서로의 성장과 성숙을 품고 인내하며 나아가는 것. 그리고 함께 기뻐하는 것. 사랑은 완성이 아닌 과정이다. 그러므로 관건은 기다릴 수 있는가, 이다. 사랑은 왜 오래 참는 것인지 조금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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