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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인간의 활동 성향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4. 15. 03:18

인간의 활동 성향

우리는 이성의 도움으로 어떤 일의 필요성을 알게 되고 그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생각들은 대부분 생각으로 그치고 만다. 좀처럼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반면, 어떤 지식을 통하지 않고도 정서적인 부분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되면 우린 종종 이성으로 진지하게 고려하지도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버린다. 이성적인 부분과 정서적인 부분은 자주 반대되는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뜻하지 않게 일관성에 균열을 내게 되고 스스로 가졌던 나름의 원칙주의에서도 점점 벗어나게 된다. 어쩌면 이성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순간은 이때일 것이다. 자신이 나름 지켜왔던 원칙을 스스로 깨고 난 이후 그것을 합리화하는 과정. 비합리적인 인간이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믿기 위해 십분 활용하는 게 이성이라는 이 아이러니!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동물이지 않을까. 그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이성을 동원하는 건 아닐까.

마찬가지다. 인간은 이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실제 삶에서도 이런 예는 비일비재하다. 우린 심사숙고해서 어떤 일을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게 마땅하다고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위배할 때면 우린 스스로 죄책감과 함께 무언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뒤돌아보면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에 후회를 하게 되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것도 평생. 과연 우린 우릴 이성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이성을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존재라고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있어 욕망이 이성보다 선행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이성은 주로 한 발자국 늦게 움직인다. 욕망이 먼저 행하고 난 이후의 처리과정을 책임지게 된다. 즉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이성은 좀처럼 선행되지 않고, 그저 뒤처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해대고 있을 뿐인 셈이다. 어떤가? 궤변인 것 같은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일반화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내 지론이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을 인정하고 안 하고에 따라 인간을 바라보는, 즉 나와 타자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인간에게 기대를 하지 말자는, 회의적이거나 허무주의적인 입장이 아니다.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자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이성과 욕망, 이성과 정서 사이의 균형은 중요하다고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우리 삶의 중심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건 또 다른 문제에 속하지만, 적어도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기반으로 인간의 활동 성향을 파악해두는 건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에 대해 너무 기대도 하지 말고 너무 낙심도 하지 않는 수준에서 가능한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는 건 나쁠 게 없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것을 지혜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걸 알아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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