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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결핍에서 영원한 충만함을
크리스티앙 보뱅 저,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읽고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책이다.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던, 이제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한 여자, 지슬렌을 사랑했던 보뱅의 독백. 그녀를 만나고 그녀가 죽기까지의 16년 동안 보뱅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남자였다고 고백한다. 그가 온종일 하던 진짜 일은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고독에 강했던 보뱅을, 오랜 기간 자족한 채로 조용히 혼자 지낼 수 있었던 보뱅을 유일하게 깨운 지슬렌. 보뱅이 가졌던 고독의 힘을 무너뜨리고 무장해제시켜 사랑이라는 세상의 문을 열고 자발적으로 들어가게 했던 그녀. 그는 감사한다. 이 생에 머무르며 현재라는 순간을 사용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바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고백하면서.
보뱅은 지슬렌을 사랑했고, 지슬렌을 통해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슬렌이 죽은 후, 그녀가 없다는 결핍을 경험하면서 보뱅은 비로소 모든 곳에서 그녀를 보게 된다. 보뱅에겐 모든 것이었지만 시공간의 한 점에 불과했던 그녀는 육신의 죽음을 뒤로하고 여백이 되어 보뱅의 모든 곳을 채우게 된 것이다. 영원한 결핍이 만들어내는 영원한 충만함. 보뱅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리움의 정원에서 마침내 사랑에 다다른 것이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보고, 그녀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듣는다. 보뱅에게 지슬렌은 비로소 삶 전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랑하다면 언젠간 반드시 겪게 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생각해본다. 나나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언젠가 맞이할 그 불가항력적인 시점을 조심스레 상상해본다. 과연 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여백이 만든 그리움의 정원에서 결핍이 아닌 충만함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여기에서 나는 더욱더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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