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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인생과 신앙의 반려자이자 도우미
이정일 저, ‘나는 문학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난다’를 읽고
이 책은 전작 (이정일 저,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과 맥을 같이 한다. 저자의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오랜 신앙적 경험을 토대로 문학이 인생과 신앙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차근차근 친절하게 들려준다.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특정한 아홉 편의 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그것들을 중심으로 각 장을 구성한 것이다.
놀랍게도 선정된 아홉 작품은 모두 현대 문학에 속한다. 가장 오래된 작품이 원서로는 1995년 작이다. 현대 문학보다 고전 문학을 더 사랑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지만, 고전을 잘 읽지 않는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저자의 배려가 느껴져 나의 실망은 쉽게 누그러질 수 있었다. 또한 이 사실은 저자가 끊임없이 문학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문학에 대해 조곤조곤 풀어주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저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성실한 공부는 언제나 힘이 있는 법이고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
문학 박사이자 목사인 저자의 정체성은 이 책을 관통한다. ‘문학 하는 그리스도인’이라니. 내가 지향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프로 과학자이자 아마추어 문학도,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저자의 세계관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전작에서도 들었던 인상이 이 책에서도 지속된 것을 보면, 저자가 쓴 두 책은 출판사의 기획 의도에 맞춰 써낸 것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된 열매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한 해석일 것이다. 즉, 이 책은 저자의 생각이 아닌 삶을, 좋은 제안이 아닌 실제 증거를 담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문학과 인생과 신앙, 이 셋의 하모니와 시너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고 저자와의 소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문학을 읽는 이유는 하나님을 더 알기 위해서다. 누군가는 이 문장이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나님을 알기 위해서라면 성경을 읽어야지 문학을 왜?, 라는 의문 아닌 의문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다. 이 문장의 방점은 “더”에 있다. ‘하나님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더 알기 위해서’다.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하나님을 알기 위해서는 성경만이 아닌 문학 읽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함’이라는 디모데후서 3:16-17 말씀을 아멘으로 받아들이는 나 역시 저자의 메시지에 100% 공감한다. 우린 문학을 통해서 하나님을 “더” 알 수 있다. 문학을 통해 성경을 더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성경만 읽어선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된다. 이는 사실이다. 실제로 성경을 제대로 읽게 되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 모순된 부분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그러므로 애써 이런 불편한 사실들을 외면하려고 하지 않는 솔직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성경만 읽어서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우리에게 목회자나 신학자와 같은 성경 선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고, 그들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하나님을 알기 위해서는 성경만 읽으면 된다고 경솔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성경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거나, 읽어도 묻거나 따지지 않고 문자적으로 수동적으로 읽었거나, 아니면 그저 목사들의 설교에서 인용되는 제한된 본문 정도만을 알고 자신이 성경을 읽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도행전 17장에 나오는 베뢰아 사람들의 성경 읽기 방법이 늘 우리의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 사도행전 17:11 말씀은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의심하고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끊임없는 흔들림을 통해서 형성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하나님을 정말 신뢰한다면 우리가 의심과 질문으로 흔들리는 것처럼 비치는 과정에도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런 면에서 이 책에 담긴 저자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해석해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문학이야말로 우리가 성경 읽기와 의심과 질문을 통해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 중 성경 선생 역할을 훌륭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학적 상상력은 우리 신앙의 성장과정 중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가 육의 양식으로 밥을 매일 먹듯 영의 양식으로 성경을 매일 읽는다면, 우린 자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만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목회자나 신학자를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풀리지 않고 누적된 여러 문제로 인해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을 가진 채 살아가는 게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의 일상이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다. 일상 속에서 언제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선생이 되어줄 수 있는 문학. 저자는 책에서 지속적으로 말한다. 문학이 우리의 인생과 신앙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충실한 반려자이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더 알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도우미라고. 여전히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싶은 독자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예책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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