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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의책과일상

서자선 저, ‘읽기:록’을 읽고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7. 3. 16:45


읽기: 무용성의 유용성

서자선 저, ‘읽기:록’을 읽고

‘읽기’는 크게 두 번에 걸쳐 우리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첫 번째는 언어와의 첫 만남에서다. 우리는 언어의 유입으로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 읽을 줄 알게 된다는 건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나만으로 가득 찼던 상상의 세계에서 타자와 세상이 함께 존재하는 풍성한 세계로 진입한다. 그 세계는 언어의 세계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언어의 법을 배우고 복종하고 또 내 것으로 삼게 된다. 두 번째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회심과도 같은 인생의 전환점에서다. 이는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기회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책을 만나게 되는 시기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 이전에도 글을 읽긴 읽었으나 그건 읽은 게 아니었다는 고백을 하게 될 정도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읽기의 기능과 효과를 기계적으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면화하여 자기 것으로 삼아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감히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독서 활동가이자 책 전도사, 그리고 알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유명인, 이 책의 저자인 서자선은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전환점의 산 증인이다. 단순히 글을 읽을 수 있는 기계적인 단계를 지나 그녀는 읽기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잘 활용하는 단계도 거뜬히 넘어선 지 오래다. 그녀는 성실하게 지속한 읽기를 통해 읽기가 나와 타자와 세상에 끼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깊게 깨닫고 그것의 유용성을 전도하는 자 중 하나로 거듭나게 되었다. 나 역시 독자로서 그 선한 영향력을 입는다.

저자는 이 짧은 책에서 독서를 어떻게 시작했는지부터 시작해서 독서를 하는 이유, 어떤 저자들의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마지막으로 독서를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했고 경험할 건지를 겸손하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무용하게만 보이는 독서의 힘, 이 무용성의 유용성을 아는 자들 중에 속한 나에게는 저자의 고백에 하나하나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실제 경험에서 묻어난 고백이기에 저자의 권고는 더욱 힘이 있다.

이 책은 아무래도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읽기 수월한 책이다. 그러나 기독교에 관심만 가진 분들도, 나아가 기독교와 상관없이 책 읽기와 나누기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읽어도 큰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저자가 문을 열거나 관여하고 있는 독서모임도 기독교 신자에게만 열려있지 않다. 나 역시 혼자 읽는 것과 함께 읽는 것의 차이를 잘 알기에, 나아가 어떤 하나의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고 열리고 풍성한 나눔에서 어떤 긍정적인 열매가 더 나타나는지 잘 알기에 이 역시 동의가 된다.

기독교 신자로서 특별히 저자와 뜻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궁금한 게 생기면 스스로 질문하고 찾으려고 애쓰는 자세를 가지라는 권고다. 이 권고는 읽기라는 방법을 도저히 배제할 순 없을 것이다. 신앙/신학 서적은 목회자나 신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책 읽기라는 건전한 배움을 통해 더욱 깊고 풍성한 신앙을 가질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작게는 개인 신앙의 회복, 크게는 한국교회의 회복과도 궤를 같이 하리라 믿는다. 사소하지만 지속할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읽기의 신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경험하길 기대한다.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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