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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믿고 읽는 신형철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11. 16. 21:02

믿고 읽는 신형철

평론이라고 하면 나는 왠지 경직되는 기분을 느낀다. 논문이라는 단어가 과학계에서 가지는 위상과 평론이 문학계에서 가지는 위상이 내겐 엇비슷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평론은 어렵게만 느껴지고, 고난도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시는 어떤가. 소설이 시보다 좀 더 대중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시는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느끼기 위해 읽는다는 말까지 감안한다면, 나에겐 시 역시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저 너머의 무엇인 것만 같다. 그런데 지금 내 손에 든 책은 무려 시에 대한 평론집이다. 시와 평론의 이중창이라… 이 둘의 무게만 생각하면 나는 압사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으니 그 이유는 바로 이 책 저자의 이름이다. 신형철. 믿고 읽어도 되는 그 이름. 여전히 나는 시와 평론은 버겁다고 느낀다. 하지만 신형철의 이름 석 자를 신뢰하기에 나는 그의 신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구매하고 말았다. 지금은 아끼며 읽느라 좀이 쑤실 지경이다.

아무래도 나는 프롤로그와 1부 1장에서 연속 두 번 강한 펀치를 맞은 듯하다. 아니, 단순히 강한 펀치라고 하면 왠지 실례를 범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 누구도 때릴 수 없는, 신형철만의 고유한 한 방이라고 하면 조금 나으려나. 아무튼 활자로 된 그 압도적인 아우라에 나는 이미 여느 책 한 권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과 깨달음을 다 얻은 듯하다. 아, 이 감동의 연타라니! 이는 독자로서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물 같은 순간인 동시에 작가로서는 풀이 죽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훌륭한 선생의 월등한 가르침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법. 나는 또 한 번 글쓰기에 있어 마음을 다잡게 된다. 압축, 절제, 간결의 렌즈를 다시 착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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