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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연습의 이유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11. 24. 19:03

연습의 이유

많은 작가들이 초보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건네는 조언 중 하나는 영감에 기대지 말라는 것이다. 나 역시 동감한다. 그러나 이 조언은 글을 쓸 때 영감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그것보다는 성실한 노력이 글쓰기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영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글을 시작할 수는 있을지언정 완성할 수는 없다. 완성은 성실한 인내로만 가능하다. 안정효의 말 대로 ‘요령으로는 뚝심을 당하지 못한다.‘

어디 글쓰기뿐인가. 내가 아는, 전문성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들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한 분야에서 조금 일을 잘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일을 벌이는 데에는 전문이지만 그 일을 잘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마치 메뚜기라도 된 듯 이 일을 벌이고 진행하다가 조금 막히면 또 다른 일을 벌여서 시작하고, 또 일이 막히면 다른 일을 찾았다. 이런 반복을 계속하다가 스스로 포기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재치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일은 쉽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절대 그 일을 끝낼 수 없다. 말하자면, 끝내기야말로 그 사람의 내공을 증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며칠 전에 포스팅했던 기본기는 바로 이때에 필요하다. 결국 내공은 개성이나 재치가 아닌 기본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건 무엇보다 많이, 계속, 포기하지 않고 쓰는 것이다. 이 말을 부인하는 작가는 아마 어디에도 없을 줄 안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명징하게 대답할 말을 찾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대답으로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글의 시작이 아닌 글을 진행하고 끝낼 수 있는 내공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즉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서라고. 혹은 거품과도 같은 요령으로 도배된 멋진 글에 대한 환상을 깨기 위해서라고. 그 환상에서 벗어나 글쓰기를 정직하게 대면하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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