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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글쓰기 여정

가난한선비/과학자 2022. 12. 3. 19:55

글쓰기 여정

한 달은 넘은 듯하다. 내가 가장 즐겨 읽는 장르인 소설을 손에서 놓은 시기가. 돌이켜보니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가 시작이었다. 그 이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기 시작했고 아직 끝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시작해버렸고, 지금은 아끼느라 일부러 멀리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효, 스티븐 킹, 신형철로 이어지는 삼단 콤보로부터 아무래도 나는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글쓰기에 대해서 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습작 소설도 괜히 한 번 더 다듬어보기도 하고, 예전에 썼던 형편없어 보이는 글을 퇴고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금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버전 2.0으로 내 세 번째 저서가 될 원고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멋쩍은 감이 있지만, 이번 퇴고 시기가 내가 글쓰기에 대해 나름대로 심도 있게 생각하던 때와 맞물렸기 때문인지 저번에 진행했던 버전 1.5의 퇴고 때보다는 내 눈이 밝아진 기분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지난 버전을 썼던 글쓰기 초보였던 내가 이번 버전을 준비하면서 갑자기 글쓰기 선생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랄까. 예전엔 안 보였던 어색하거나 미흡한 문장들이 이번엔 마치 손을 들고 있기라도 한 듯 눈에 속속들이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은 뺄 건 빼고, 고칠 건 고치고, 추가할 건 추가하고 있다. 퇴고가 이렇게 즐겁게 느껴진 건 처음인 것 같다.

덧붙여 이 원고가 비록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아도 이젠 충분한 만족을 얻었다는 생각이다. 나의 성장이 내 눈으로 확인될 때처럼 글쓰기 여정에서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초고를 완성하기까지도 힘든 여정이지만 글쓰기는 책을 한 권 마무리하는 과정을 겪을 때에야 비로소 한 단계 성장하는 게 아닌가 한다. 편집자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관점을 도움 삼아 퇴고를 수 차례 거치는 과정 중에 자신의 글을 상대화시켜 보는 경험이 의외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누구나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겸허한 마음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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