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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양극성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2. 23. 20:49

양극성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다가도 여전히 인간에게 희망을 거둘 수 없는 이유는 인간만이 자기 객관화에 이르러 이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짐승은 이기적이지 않지만 이타적일 수도 없다. 인간에겐 절망과 희망,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이러한 양극성은 인간이 처한 궁극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원래 인간이 선한가 악한가 묻는, 이 오래된 질문은 타자를 배제한 상태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인간이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영향받지 않는, 완벽하게 주체적인 존재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질문이다. 선한 인간도 누군가와 함께 하면 악해질 수 있고, 악한 인간도 누군가와 함께 하면 선해질 수 있다. 이기적이란 말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말인데, 자기라는 말이 존재하려면 타자의 존재가 필요하다. 혼자 있는 사람을 이기적이라거나 이타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타적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타자를 위하려면 나를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인간 주위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다. 나와는 다른 인간. 누군가가 나보다 더 이기적으로 보일 때, 혹은 나보다 더 이타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비교해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겠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 이기적으로 보이던 사람이 또 다른 상황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점도 놓치면 안 되겠다. 타자를 어떤 틀 안에 가두고 그 사람에게 자기만의 딱지를 부쳐놓는 것. 과연 사람을 잘 볼 줄 아는 능력일까. 아니면, 꼰대의 증거일까. 어떤 사람을 조금 안다고 생각할 때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간 안에 내재된 양극성을 잊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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