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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 나들이 2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3. 24. 18:49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 나들이 2

셋째 날 - 다섯째 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보내는 5박 6일이 저문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 날은 아쉬움의 날이다. 근처 카페에 가서 빵과 카푸치노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학회 마지막 날을 시작한다. 다시 잿빛 하늘이다.

미국에서 참석했던 학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미국 영어와 유럽 영어의 차이도 한몫 했을 테고, 이번 학회의 주제가 발생생물학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한몫 했을 테지만, 그것보다는 기초과학을 향한 열정의 순수함의 정도가 내겐 다르게 느껴졌다. 좀 더 자본주의의 냄새가 덜 났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응용과학보다 기초과학을 선호하는 나에겐 뒤늦게 만난, 그러나 이젠 몸을 담을 수 없는, 물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2011년, 내가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포닥을 나왔었다면 어땠을까. 많은 것들이, 어쩌면 내 삶 전체가 딜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이미 떠난 기차를 멍하니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인 걸까.


눈을 감으면 거리가 보인다. 오스트리아 빈의 수많은 골목. 안전하고 깨끗한 거리. 청명한 하늘 아래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발이 아플 때까지 한참을 걷던 순간들. 트램이 지나다니는 소리, 파란불의 시간을 재는 곳곳의 신호등 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 소리, 노랫소리 같은 독일어로 주고받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까지도. 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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