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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탄산수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3. 26. 09:16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 나들이
: 사진 속 단편들 #2


호텔이라기보다는 아파트에 가까운 숙소에서 나를 반긴 건 사진 속 물이었다. 그냥 물이겠거니 하며 뚜껑을 열었는데, 가볍게 치~ 하는 소리가 나며 조그만 거품이 일었다. 스파클링 워터 (탄산수)였던 것이다. 미국에서 일할 때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유럽 출신들이 있었는데, 문득 그들이 물 대신 탄산수를 자주 마시는 걸 본 기억이 났다. 사실 그들 때문에 나도 캘리포니아에서 탄산수를 집 냉장고에 늘 채워두고 즐겨 마셨다. 여기 한국에서도 그 습관을 좇아 냉장고엔 항상 탄산수가 끊이질 않는다. 콜라나 사이다, 환타 같은 탄산음료는 너무 달고, 맥주를 매일 마시자니 3년 전처럼 통풍이 올까 두렵기도 해서, 라임이나 레몬향이 가미된 탄산수를 청량감과 갈증해소를 위해 즐겨 마신다. 2011년 미국에 갈 때만 해도 한국엔 탄산수 시장이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귀국하고 마트에 가니 여러 상호명으로 매대에 즐비했던 모습을 보고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11년이면 충분히 바뀔 만도 할 테니까. 문제는 오스트리아 학회 참석차 동행한 동료들 중에 탄산수를 꺼려하는 분들이 계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근처 마트에 가서 별 생각없이 물을 10리터 정도 사왔는데… 아뿔싸! 알고 보니 또 탄산수였다. ㅋㅋㅋ (이런 무식이라니!)

캘리포니아처럼 물에 석회가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수산화칼슘과 반응시킨 후 탄산칼슘을 침전시켜 석회를 걸러내기 위해서 개발된 탄산수. 나 역시 석회가 녹아있는 수돗물을 그대로 먹고 싶진 않았기에 (먹어도 상관은 없다고들 하지만, 지속적인 섭취는 피하는 편이 좋다) 물 사러 마트에 따라갔었는데, 탄산수에 이미 익숙한 나만 좋은 일이 되어버렸던 해프닝. 그러나 물을 꽤 많이 (하루에 1-2리터 정도) 마시는 나조차도 결국엔 다 마시지 못하고 떠나는 날 사진 속 물이 있던 그 자리에 뜯지도 않은 새 병을 잘 올려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를 포함하여 독일어권 여행을 가실 분은 물을 사드실 때 주의하시길. 참고로, 우리가 아는 생수는 Still, 약탄산수는 Mild, 탄산수는 Pricklend라고 적혀 있다. 모든 브랜드마다 색깔로 구분하지는 않겠지만, 뚜껑과 옆면을 색깔로 구분하는 브랜드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생수는 빨간색, 약탄산수는 초록색, 탄산수는 파란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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