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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트램과 버스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3. 26. 10:47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 나들이
: 사진 속 단편들 #3


빈의 거리를 걷다 보면 트램과 버스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빽빽이 들어선, 오래된 건물들처럼 대중교통 역시 도시와 사람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어딘가로 이동할 땐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다니는 듯했다 (차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철길 위를 가야 하는 구간도 많아 보였고, 일방통행 구간이 많아 지리를 잘 알지 못하면 운전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어디를 가든 기본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하는 미국에서의 삶에 익숙했던 나에겐, 그리고 한국에서 출퇴근 시 버스를 이용하는 나에겐 이상적으로 보였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5박 6일간 대부분을 걸어다녔지만, 경험 상 트램을 몇 번 타봤고, 버스도 한 번 이용했다. 둘은 같은 티켓으로 이용이 가능했다. 트램은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인지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미리 티켓을 구입해두는 방법도 있지만, 한두 번 탈 작정이라면 굳이 일주일 치 이상을 끊을 필요는 없다. 나는 매번 트램 안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2.4 유로를 내고 티켓을 구입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 대중교통은 정말 저렴한 편이다. 겨우 천 원 남짓한 금액만 내면 환승까지도 가능하니까). 저번에도 언급했었지만, 아무도 티켓을 사라고 말하지 않았고 검사하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티켓 없이 탔다가 한 번 걸리면 벌금이 티켓 가격의 수십 배라고 하지만, 정부는 그런 것 따윈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이 잡듯 샅샅이 뒤져 무임 승차하는 사람을 잡아내려고 했다면 이런 방식은 애초에 취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버스 탈 때마다 카드를 대면 ”감사합니다“ 혹은 ”환승입니다“ 혹은 ”잔액이 부족합니다“ 등의 멘트로 모든 승객이 무임 승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증명하고 알리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한국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국민성의 차이를 느낀다.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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