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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슈니첼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3. 27. 09:05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 나들이
: 사진 속 단편들 #7
- 슈니첼


나름 요리를 좋아하는 내가 이번 오스트리아 방문에서 음식을 기대한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5박 6일 일정이었지만, 학회 참석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정작 빈을 관광한 건 두 반나절이었다. 제한된 시간 내에 추천받은 여러 음식들을 다 섭렵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기에 나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사실 딱히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이랄 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나마 대표적인 게 슈니첼이었다. 슈니첼은 소고기나 닭고기를 얇게 펴서 밀가루와 빵가루에 묻혀 바삭하게 튀긴 뒤 소금 간을 해서 짭쪼름하게 만든 놈이었다. 그냥 먹어도 간이 대충 맞았지만 정석은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었는데, 그 소스가 말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돈까스 소스처럼 밀가루, 케첩, 버터, 설탕 등을 섞어 만든 갈색빛의 소스가 아니라 잼에 찍어 먹는 것이랬다. 나도 첫 슈니첼은 라즈베리 잼에 찍어먹었다. 첫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의 첫 슈니첼은 형편없게 튀긴 녀석이었는데, 맛도 형편없었다. 대실망, 급실망을 한 나머지 입가심으로 사이드로 나온 버터에 버무려 오븐에 구운 감자를 한입 먹었는데, 웬걸, 너무 맛있는 것이었다. 이거 슈니첼이 사이드이고 감자가 메인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 순간이었다. 저 감자는 곧 집에서 만들어 볼 요량이다.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첫 슈니첼이 맛없었던 이유를 오스트리아 전체 슈니첼이 맛없다는 식으로 일반화시킬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한 가닥 기대를 가지고 다른 레스토랑에서 다시 슈니첼을 시켰는데, 웬걸, 좀 나았다 (두 번째 사진, 가운데). 물론 저번에 언급한 대로 한국에서 파는 왕돈까스 혹은 옛날 돈까스가 열 배는 맛있긴 하지만 말이다. 만약 다음에 오스트리아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나는 과연 슈니첼을 시켜 먹을까. 글쎄다. 잘 모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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