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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다시 책으로 일상으로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3. 29. 08:06

다시 책으로 일상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며 내 손엔 어김없이 책이 들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게 그것은 일상이 회복된다는 말이다. 일상의 시간은 언제나 여유롭지는 않다. 쫓기지 않는 순간, 그 시간은 일상이 된다.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며 나 자신과 약속한 게 있다. 쫓기지 않는 것.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거나 희생해야 할 경우 반드시 내려놓을 것. 이는 일상을 일상으로 살아내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읽고 쓰다 보니 어느새 맞이한 인생의 후반전. 책과 글은 나의 일상과 늘 함께 한다.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이 책을 읽는 게 아니다. 쫓기지 않는 사람이 책을 읽는다. 물리적 시간이 모자라다고 해서 쫓기는 것도 아니다. 내 삶을 포함해서, 우리 주위엔 일상 자체가 시간적 여유의 부재 안에 거하는 인생도 많다. 바쁜 사람도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쫓기는 사람은 책을 읽지 못한다. 

 

간혹 쫓기는 사람 중에서도 책을 읽어내는 이들이 있다. 치밀한 계획형 인간이다. 흔히 성공자의 모델로 소개되곤 하는 이들이다. 마음의 여유마저도 미리 계획하고 설계하는 작자들. 대단한 사람이긴 하지만 곁에 두고 싶진 않은 작자들. 이들이 읽는 책은 문학일 리가 없다. 백이면 백, 실용서다. 이들에게 독서란 지식의 확장과 축적에 다름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건 독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독서란 위나 앞을 향한 몸부림 따위에 머물지 않는다. 더 빨리 가고 더 높이 올라가는 삶을 나는 인생의 전반전에 묻었다. 나는 아래와 옆을 향한다. 읽고 쓰면서 더 깊고 더 풍성한 삶을 살아내려고 애쓴다.

 

오스트리아에 책을 권이나 들고 갔지만, 오십 페이지도 읽지 못했다. 마음의 여유가 그만큼 부족했다는 뜻일 것이다. 충분히 책을 읽으면서 여행도 있을 언젠가를 나는 무척이나 고대한다. 그때 눈에 담기는 것들은 그저 빛나기만 하는 물질 따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깊고 풍성한 삶을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든다. 눈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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