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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한 문장의 무게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6. 22. 18:33

한 문장의 무게

단 한 문장의 글도 무시해선 안 되는 이유는 그 문장이 거친 수십, 수백 개의 지워진 문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자기만의 문체를 갖게 되면 어느 순간 글쓰기가 어려워진다. 쓸 재료가 없어서가 아니다. 필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이전엔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각이 눈을 뜨기 때문이다. ‘정확한 글’에 대한 인식과 갈망. 이것들이 촘촘한 필터가 되어 한 문장도 허투루 쓰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만든다.

안정효도 신형철도 강조했다. 좋은 글이란 정확한 글의 다른 표현이라고. 이 명제에 수긍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장에 들어갈 적당한 단어는 이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적당한 단어를 찾아서 연결하여 한 문장을 완성하는 것. 정확한 글의 시작이다.

간결한 글, 군더더기 없는 글, 곧 정확한 글. 글쓰기라는 도상에 들어섰다면 피할 수 없는 관문. 어떻게 글 한 편 쓸 수 있을까 쥐어짜 내는 단계를 지나고, 별 노력하지 않아도 글이 써지는 단계도 지나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필연적인 관문.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어렵지만 나는 이 문을 통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평생지기가 되어 함께 갈 요량으로 즐기려 한다. 나에게 이러한 감각이 생겨난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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