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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또 읽기와 쓰기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7. 20. 08:53

또 읽기와 쓰기

피치 못할 상황이 주어지지 않는 한 일주일에 한두 권의 책을 읽어나가는 습관도 벌써 7년이 넘었다. 백수도 아니고 전업작가도 아닌 내가 하루에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두 시간 안팎이다. 자기 전 한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다 짬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버스 타고 감사하게도 앉아 갈 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그리고 약속 시간에 맘 편하게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릴 때마다 나는 글을 쓴다. 어제 마친 과학자의 신앙공부 두 번째 이야기의 7할도 휴대전화에 깔린 노트 앱으로 썼다. 짬 시간에 글을 쓰면 지루하지 않다. 기다리는 시간도 더 이상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다. 나에겐 글쓰기 시간일 뿐이다.

초고를 마치고 나니 이 시간에도 공백이 생겨버린 듯한 기분이다. 어젯밤부터 무엇을 해야 하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 밤에서야 나는 너무나도 뻔한 해결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렇다. 읽기다. 한동안 많이 썼으니 한동안 많이 읽기로 한다. 밀린 책들이 많다, 라고 쓰고, 책은 언제나 밀려 있다, 라고 읽는다. 어느 정도 읽기와 쓰기의 맛을 알고 난 이후, 나는 쓰기에 집중할 때에도 이것저것 관심 가는 책들을 훑어보고 보관함에 넣는 작업을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세상엔 꼭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아감에도 불구하고 이젠 그리 주눅들지도 않는다. 멘탈이 강해진 것일까, 아니면 철면피가 되어버린 것일까.

나는 왜 읽고 왜 쓰는 걸까. 한때는 이 질문에 납득이 될 만한 답을 자신있게 내놓았던 것 같다. 이젠 잘 모르겠다. 그냥 읽고, 그냥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떡하나. 읽고 쓰는 건 이제 일상과 떨어뜨릴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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