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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듣고 싶은 말들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10. 15. 00:37

듣고 싶은 말들

1. 파멸하지 않기 위해 돈을 벌었는데, 돈 때문에 파멸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도 나는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생각 때문에 제 가슴이 더 무너집니다.


2. 모든 걸 회복할 수 있을 줄 알고 다 희생하며 버텼습니다. 이제 그 버팀의 끝이 찾아왔습니다. 회복할 것들이 내게 하나도 남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나만 남았습니다. 나는 무엇을 쫓았던 걸까요.

3. 저는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렇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부끄럽기도 합니다. 

4. 음주뿐만 아니라 일에도 무절제가 있습니다. 열정인 것 같지만 실은 안절부절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선 바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자주 우는 소리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무너지기 시작했던 건 바로 일이 없어졌을 때였습니다. 나는 바쁜 생활을 원했던 걸까요, 거기에서 해방받고 싶었던 걸까요. 나에게 바쁜 생활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5. 상대방을 배려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의견을 가능한 말하지 않았습니다. 싫어도 따랐습니다. 그런데 왜 내 마음엔 기쁨이 없는 걸까요. 나는 누구를 배려했던 걸까요. 혹시 그게 나 자신은 아니었을까 두렵습니다.

6. 내 생각을 똑똑히 밝히는 게 무례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생각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건 또 싫었습니다. 힘 있는 자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면서 그 사람이 날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면 발끈했습니다. 나는 예의를 지켰던 걸까요, 비겁했던 걸까요.

7. 싸우지 않기 위해 참았습니다. 억울해도 불의를 보아도 무조건 싸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침묵을 지켰습니다. 어느 날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공범이라고 하더군요. 싸움이 좋은 건 아니지만, 싸움이 없는 것 자체가 평화가 아니더군요. 싸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 화합과 회복을 이뤄내는 것, 바로 이것이 평화라고 하는 것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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