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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함몰 웅덩이 증후군

가난한선비/과학자 2016. 1. 13. 11:37

우리 가운데 많은 이가 한두 번은 함몰 웅덩이와 같이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피곤으로 무감각해진 정서, 처절한 실패감,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목표에 대한 쓰디쓴 환멸감 등을 느낄 때,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가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삶 전체가 온통 끝없는 심연으로 빠져 들어갈 것 같은 붕괴 직전의 위기를 느끼게 된다. 어떤 때는 그러한 붕괴를 피할 길이 거의 없어 보인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 한참 숙고해 보면 이전에는 몰랐던 우리 안의 영역, 즉 내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내면 세계를 무시할 경우 우리를 짓누르는 사건과 스트레스의 무게를 오래 지탱할 수 없음이 점차 분명해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는 무척 놀라서 혼란에 빠진다. 그들은 지금까지 표면적이고 가시적인 것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대부분 써 버렸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된다. 그들은 학위나 경력, 중요한 대인 관계, 건강, 미모 등 좋은 아니 어쩌면 훌륭하기까지 한 자산을 많이 쌓아 왔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내면 세계가 무질서 상태 혹은 허약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함몰 웅덩이 증후군의 가능성은 이미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는 두 개의 아주 다른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외부 세계 혹은 공적인 세계는 다루기가 더 쉽다. 그것은 측정할 수 있고 눈에 보이며 더 늘려갈 수 있는 세계다. 외부 세계는 일, 놀이, 소유 그리고 사회적 연계망을 구성하는 수많은 친분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성공, 인기, 부, 미모 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 세계는 본질적으로 더 영적인 영역이다. 이 세계는 선택과 가치가 결정되는 중심부이며 고독과 성찰이 추구되는 곳이다. 예배와 신앙 고백이 행해지는 장소이며, 세상의 도덕적, 영적 공해가 침투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공적인 세계를 잘 관리하는 법을 배워왔다. 물론 우리 주위에는 미덥지 않은 일꾼, 가정 살림을 엉망으로 하는 주부, 사회적으로 미숙하여 주변 사람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명령을 받고 일정을 짜고 지시하는 법을 배워왔다. 우리는 일과 인간 관계 면에서 어떤 시스템이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지 안다. 적당한 여가와 취미를 즐길 줄도 안다. 또한 좋은 친구를 사귀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하는 능력도 있다. 


공적 세계는 우리에게 시간과 충성, 물질과 에너지를 한없이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적 세계는 너무나 가시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 유혹과 요구를 거절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세계는 우리의 관심을 끌고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큰 소리로 아우성친다.


한편 우리 각자에게는 내면 세계가 있다. 이것 또한 우리의 공적 세계만큼이나 끝이 없는 세계다. 하지만 이 내면 세계는 마치 대양의 엄청난 깊이 마냥 놀라움, 복병, 감정, 꿈 등으로 가득 찬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시대의 가장 격렬한 전쟁터 중 하나는 개인의 내면 세계라고 믿는다. 특히 자신을 실천적인 그리스도인이라고 믿는 자들은 마땅히 이 싸움을 치러야 한다. 그들 중에는 가정과 직장과 교회에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수고하는 이가 많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너무나 지쳐 있다! 그래서 함몰 웅덩이같이 붕괴 위험에 처해 있느 경우가 많다. 왜 그런가? 그들의 가치 있는 활동은 내면 세계를 너무 늦게까지 무시한 채 공적 세계에만 치중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웨인 뮬러는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는 바쁘면 바쁠수록 그만큼 더 중요한 인물인 양 스스로 생각하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비칠 것이라고 추측한다. 친구와 가족을 위한 시간이 없는 삶, 황혼을 음미할 시간이 없는 (혹은 해가 이미 진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삶, 한번 심호흡을 할 시간조차 없이 정신 없이 일에 쫓기는 삶, 이런 모습이 성공한 인생의 모델이 되어 버렸다."


서구 문화의 가치관은 이런 성향을 향해 우리를 눈멀게 했다. 우리는 공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사람이 내적으로도 아주 영적인 사람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경향이 있다. 또한 교회가 크면 클수록 하늘로부터 오는 복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경 지식이 많을수록 그만큼 하나님과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내면 세계를 희생해서라도 공적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불균형적인 삶의 유혹을 받는 것이다. 더 많은 프로그램, 더 많은 모임, 더 높은 학력, 더 넓은 대인 관계, 더 바쁜 일정 등, 삶의 표피를 이루는 이 모든 것이 너무 무거워져 도무지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삶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 피로, 환멸, 실패, 패배가 무섭게 엄습할 수 있다. 지금까지 무시되어 온 내면 세계는 더 이상 과중한 무게를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오랜 세월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는 한 남자가 내면 세계라는 것이 도대체 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이 질문이야말로 무언가를 뚜렷이 보여주는 본보기다. 한번 생각해 보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을 고백하고 오랫동안 교회 일도 열심히 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 사역으로 상당한 평판까지 얻은 사람이 그 모든 활동과 뜻 깊은 종교적 아우성 저변에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생각한 적이 없다니, 너무 바빠 내면 세계를 정돈할 여유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 내면 세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삶의 중심이 하나님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점에 대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세계 선교 지도자 프레드 미첼은 책상 앞에 이런 표어를 늘 붙여 놓았다.

"너무 바빠서 삶이 황무지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플로리다의 함몰 웅덩이는 서구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해야 할 영적인 문제를 물리적으로 보여 주는 하나의 그림이다. 삶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21세기, 스스로 내면을 응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자문해 보지 않는다면, 함몰 웅덩이와 같은 삶을 살게 될 사람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삶의 표면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활동과 아우성 밑에 과연 내면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가? 열심히 계발하고 가꾸어야 할 세계가 있는가? 점점 더 표면에서 누르는 압력을 지탱할 만한 내적인 힘과 탄력을 기를 수 있는가?


- 고든 맥도날드의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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