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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무너질 준비

가난한선비/과학자 2025. 6. 25. 11:57

무너질 준비

낮은 곳에 살든 높은 곳에 살든 우린 언젠간 큰 시련을 맞이한다. 돈으로 처리하거나 막을 수 없는 시련이 닥쳐올 때 우린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그러나 곧 도래할, 그런 시련들을 나는 종종 머릿속에 그려본다. 최악을 상상해 보는 것, 죽음을 생각해 보는 것은 삶을 환기시키고 나를 성찰하게 하며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여러 시련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시련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으며 특별한 관계에 놓였던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살면서 많이 의지했고 영혼의 교감을 나누었으며 가장 편하고 함께 있으면 진정한 나로 회복시켜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사라지면 나는 과연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이런 상상들을 할 때마다 내가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는 것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더 사랑하는 것. 더 아끼지 말고 더 나누는 것. 나를 향한 삶이 아닌 남을 향한 삶을 살길 또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감에 무너질지라도 그 무너짐이 그리 어둡진 않게 만드는 준비일지도 모르겠다. 어둡지 않은 무너짐은 나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기에 나는 이걸 무너질 준비라고 명한다.

더 사랑해야지. 더 아껴야지. 더 나눠야지. 더 태워야지. 아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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