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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똑똑한 사람들의 담합

가난한선비/과학자 2026. 7. 31. 11:21

똑똑한 사람들의 담합

“너는 그 사람 말만 듣고 동수를 그렇게 판단해도 된다고 생각해? 동수가 그럴 만한 사람이란 건 동의하지만, 그건 다른 얘기잖아.“ 지혜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어떻게 행동 하나하나를 다 확인할 수 있냐? 그리고 그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잖아.“ 철규가 대답했다. 

”난 아니라고 봐. 그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말하는 게 다 진실이라는 법은 없잖아. 그 사람도 사람이라 동수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사람이 안 좋은 일을 겪고 나면 한 쪽으로 치우쳐서 얘기하기도 하잖아.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전체 맥락을 빼놓고 부분만 선택적으로 얘기하면 충분히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거나 악마로 만들 수도 있지.“ 지혜가 정색하며 대꾸했다.  

”그럼 너는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아? 그 사람은 인상도 좋고, 인간관계도 잘하는 것 같고, 좋은 일도 앞장서서 하는데도? 반면 동수는 맨날 무뚝뜩하게 혼자 있거나 서준이를 포함해서 몇몇하고만 다니잖아.“ 철규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한 대로 동수가 그런 일을 했다는 건 난 믿을 수 없어. 동수에게 직접 물어보고 결론을 내리는 게 맞다고 봐.“ 지혜가 정리했다. 

”참나… 그런데 동수 좀 재수 없지 않냐? 그 사람 말은 내가 넌지시 파악한 동수의 캐릭터와 일치해. 완벽히.“ 철규가 못마땅하다는 듯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동수가 재수가 좀 없지.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상이 너무 분명해서 선이 느껴지기도 해. 그런데 그런 선입견 없이 다가가서 대화를 해 보면 생각보다 딱딱하게 굴지 않아. 난 오히려 동수랑 대화하면 거짓이 전혀 안 느껴졌어. 신뢰가 가더라구. 반대로 그 사람은 다 좋은데, 왠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들어. 대외용이랄까? 가식적이랄까? 하여튼 그 사람에게선 뭔가 꾸민 듯한 인상이 강해. 신뢰가 안 가.“ 지혜가 말했다.  

”지혜 네 말 듣고 보니 그건 그런 것 같네. 동수랑 얘기할 땐 나도 비슷한 걸 느꼈어. 거짓말은 왜 하고들 난리야 하는 식이었거든. 너무 당당하게 얘기해서 내가 좀 주눅드는 면은 있었지만, 그건 동수 문제라기보다는 내 문제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철규가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래, 바로 그게 내 포인트야. 진정성을 놓고 보면 그 사람보다는 동수가 더 진실돼. 난 그래서 그 사람이 하필 동수를 콕 집어서 안 좋게 얘기하는 걸 믿을 수 없는 거고. 그리고 그 사람은 자기가 사람들한테 좋게 인식된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해. 그걸 이용해서 동수를 소외시키는 듯한 의도도 있는 것 같고.” 지혜가 추리하듯 말했다. 

철규는 지혜와 대화하면서 자신이 이미 지혜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동수에 대한 열등감 때문인지, 동수에게 느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벽 때문인지, 그 사람이 동수를 모욕한 말들을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난다 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면 된다는 나름대로의 빠져나갈 구멍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건 아주 쉽다. 철규 같은 사람과 철규에게 그 말을 전한 그 사람, 이 두 부류만 있으면 된다. 참고로 철규는 배울 만큼 배운 엘리트다. 대학교수다. 이는 누군가의 말을 비판적으로 따져보지고 않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현상은 한 사람의 지식이 많고 적음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성적인 아닌 감정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놀랍게도 철규는 책도 썼다. 비판적 성찰의 중요성에 관한 에세이집이었다. 철규는 자기와 사적으로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달리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철규인가? 아니면 인상 좋은 모습으로 철규에게 동수를 모욕한 그 사람인가? 혹시 지혜인가? 동수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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