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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의책과일상

정해연 저, ‘결백’을 읽고

가난한선비/과학자 2026. 9. 26. 00:39


좋은 이웃, 동네책방

정해연 저, ‘결백’을 읽고
- 수북강녕 단편집, '하늘이 참 아름답다고 말할 것' 중 세 번째 소설

마지막으로 안녕을 비는 한자어 ‘녕‘을 부여받은 소설이다. 역시 내겐 처음 읽는 작가의 글이었다.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범죄소설이었다. 설마 했던 반전이 그대로 일어나 맥이 좀 빠지기도 했지만, 단편소설의 장점을 잘 살린 데다 흡입력이 뛰어나 이 수북강녕 단편집의 마지막 주자로 손색이 없었다.

소설 속 수북강녕은 친모 살해가 일어나기 전 부녀가 들른, 식당을 제외한 마지막 장소로 등장한다. 지금의 창덕궁 옆이 아닌 은평 한옥마을에 위치했던 옛 수북강녕이다.

소설에서 수북강녕 대표는 동생 서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풀뿌리라도 잡으려 안달 난 언니 진희에게 그날 오후 모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살인이 일어날 것 같은 낌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하는 진심 어린 목격담을 증언으로 써준다. 책을 구경하거나 사러 온 고객이 아님에도 환대를 해주는 모습, 동네책방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 동네에서 일어난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곤궁에 빠진 이웃을 돕는 모습이 묘사된 장면을 보며 나는 수북강녕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 북토크차 방문했던 순천 동네책방 ‘서성이다‘ 역시 주변의 이웃들과 허물없이 인사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동네책방은 서점이기 이전에 동네 이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좋은 이웃인 동네책방, 책도 구경할 수 있고, 얘기도 나눌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고, 북토크나 독서모임 행사가 열리면 참석할 수도 있는 동네책방. 이런 동네책방이 각 동네마다 하나씩 존재하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는, 지금은 요원해 보이는 생각도 혼자서 잠시 할 수 있었다.

한 지역의 안녕을 조사하려면 어느 곳을 살펴야 할까 하는 질문을 해 본다. 인터넷으로 전 지구가 손바닥 안에 들어왔지만,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이웃과의 관계가 서먹해지고 멀어지고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파수꾼으로써의 동네책방은 어떨까. 너무 낭만적인 말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안녕은 좋은 이웃의 존재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싶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헝클어진 머리에 슬리퍼를 신고 찾아가 물성을 가진 책을 마음껏 구경하고 읽고 살 수 있는 동네책방이 그 좋은 이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낮꿈 꾸기를 부끄러워하지도 않을뿐더러 절대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수북강녕이 이 시대 우리나라에 남은 몇 안 되는 좋은 이웃 동네책방으로 영원하길 소망한다.

#빚은책들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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