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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

글읽기와 글쓰기

가난한선비/과학자 2017. 11. 4. 07:33

누군가는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읽습니다. 요즘은 페북 세상 덕분에, 서평 쓰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 허다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유명한 저자의 신간을 먼저 읽고 먼저 서평을 쓰는 데에 열심인 사람도 많더군요. 그들의 능력과 열정을 인정하고 응원합니다만, 그들은 저와는 시작부터가 다른 전문적인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무리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제 글은 서평도 아니고 감상문도 아닌, 그 중간 어디 쯤엔가 존재할 것 같은, 정체 모를 아마추어의 글일 것입니다. 주관적인 마음과 생각이 다른 분들의 글에서보다 더 많이 투영되어 있다고 보여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제 글엔 너무 제 자아가 많기도 합니다. 나르시즘으로 비춰지진 않을까 늘 조심합니다. 물론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저도 인간인지라 인지하지 못하는 선에서 저 역시 껍데기를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테니까요.

 

제가 글을 쓰는 것은 독서의 연장선에 있을 뿐입니다. 책을 읽고 덮어버리긴 아깝기도 하고, 얼만큼 제가 책을 소화해 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책을 다 읽었기 때문에 총정리가 되면서 본격적인 저자와의 교류가 시작됩니다. 이제 저자와 비로소 이야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는 글쓰기와 글읽기가 이분법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은 채, 한 몸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저 글읽기의 끝부분에 글쓰기가 위치해 있을 뿐인 것이지요.

 

저는 책을 읽을 때, 누구나 그렇겠지만, 기본적으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책의 큰 그림을 파악한 상태에서 세부적인 이해에 들어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면 저자의 의도와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독자인 저는 진공 상태의 백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책 읽기 전 이미 제 마음과 생각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책을 읽을 때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들과 만나 화학 작용을 일으키게 되지요. 필터링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을 머리로 읽는 게 아니라 마음과 생각으로 먹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독자 역시 진공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에 책 한 권을 읽었을 때의 반응은 저마다 다르겠지요. 이건 저자 역시 바라는 바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의도를 놓치거나 무시하는 것만큼, 책을 읽은 반응이 획일화되는 것 역시 저자는 절대 바라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책은 하나의 입력으로 무한한 출력을 얻어낼 수 있는 비밀 저장고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나의 햇빛이 여러 프리즘을 통과할 때 나타나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분명 다양하고 다채로운 아름다운 빛의 향연일 것입니다. 축제와도 같은 그 빛의 향연을 마다할 저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 글을 읽을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읽으신다면 (이를테면, 서평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아마 실망하실 확률이 높으실 것입니다. 저는 서평을 쓰려고 시도해 본 적도 없고, 서평을 써서 개인적 유익을 누릴 생각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그 글이 꼭 어느 카테고리 안에 적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전문 서평가도 아니고 책을 쓰는 저자도 아니며 어떤 공공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유롭게 제 마음과 생각을 나누길 원하는, 글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제 글을 읽으신다면, 그저 판단과 평가는 자제해 주시고 저의 작은 나눔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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