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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분리됨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3. 12. 17:24

분리됨.


의당 교회는 이래야 한다는 둥, 목사는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거라는 둥 떠들어대는 작자들과 얘기를 하는니, 차라리 시장 골목의 아줌마들과 어려운 살림살이를 가타부타하는 것이 하나님의 의에 더 가까워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건물을 지어야 되니 대출까지 받아서 헌금하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그렇게 하면 무슨 전무후무의 축복이라도 받을 것처럼 과장해서 떠벌리고, 이젠 건물 지어놨으니 사람을 채워야 한다며 전도대폭발이니 뭐니 하며 사람들 긁어모으라고 강요하는 그런 교회 안에서 무슨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스스로 사람들의 인생과 동떨어지기를 자처하여 섬이 된 교회. 그것이 거룩함의 증거인 듯, 그 산 속에 외로이 떨어져 홀로 화려하기만한 건물. 거기에 가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알라신이든 상관없이 자기의 문제해결과 소원성취만 해결해 준다면 뭐든 갖다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제자? 예수? 글쎄... 오히려 그들은 예수와 제자들을 조각조각 분해하여 자기에게 맞는 파편들만을 덕지덕지 붙인, 두 마음을 품은 열심당들이 아닐까.


요즘 들어 너무 교회엔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고 기획한 것들을 해내기에는 사람도 모자라고 돈도 모자란다. 특히 젊은이들은 교회에서 점점 사라져간다. 그런데도 교회는 그 일은 반드시 그럴듯하게 치러내야만 한다. 사람을 끌어모아야 하고 돈도 성도들 (보통 장로나 권사들)로부터 쥐어짜내야 한다. 그런데 그 행사를 마치고 나서 남는 그 성취감이 난 정말로 불쾌하다. 고작 이걸 위해서 이런 짓꺼리를 했던가 싶기 때문이다. 성취감을 취하고자 교회 온 것도 아니고, 어떤 행사를 잘 치러내는 모습을 보러 교회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교회가 무슨 재롱잔치 하는 곳이나 경로당 위문 공연하는 곳도 아니고 말이다.


대개 열심당들은 이런 행사에 일인 다역으로 출몰한다. 그들의 마음엔 아마도 하늘의 큰 상급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행동들이 바람직한 희생이라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런 행동이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어 그들도 본받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그들은 모든 것을 나름대로 참고 견딘다.


그러나 과연 그 행사가 필요했었던가, 그 행사는 무엇을 얻고자 함이었던가를 가만히 따져볼 필요는 분명 있지 않을까 한다. 조그만 교회가 마치 대형 교회처럼 행사를 치러내야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전반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난 교회는 행사를 아무 사고 없이, 그리고 가능한한 많은 교인들이 참석해서 잘 치러내는 데 목적이 있는 곳인가 싶다. 교회의 존재목적과 나아갈 방향이 뭔지 솔직히 알기 힘들다. 아직까지 교회는 교인들이 일주일 동안 삶의 현장에서 고생하다가 일요일 하루 착한 사람들 모여서 놀고 밥먹는 모임 장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삶과 신앙은 아직까지 분리되어 있으며, 교회 와서 위로의 말을 듣는다는 것이 고작 예배 더 참석하라는 둥, 성경을 더 읽으라는 둥, 성령 충만을 받으라는 둥의 조언밖에 없다. 어떻게 현장에서 불의와 거짓에 대항하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직업에서 손익에 관계없이 양심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다들 현장에서 분명히 겪고 있을텐데 말이다. 교회에서는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 그럼 어디서 그런 얘기들을 해야 한단 말인가. 칭의와 성화를 분리시키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자들의 머리와 마음 속엔 신앙과 삶의 거리는 언제나 멀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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