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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드러남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3. 21. 04:54

드러남.


땅 속에 있는 씨에도 생명이 있다. 그러나 그 씨를 뿌린 농부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대지를 뚫고나와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 전까지는. 


드러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타인에게 보여지지 않는 생명은 살아있다 하더라도 아직 생명이라 할 수 없다. 온전한 의미의 생명이란 숨쉬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생육하고 또 번성해야 한다. 또 다른 생명을 낳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한다.


사적인 복음은 땅 속에서 숨만 쉬고 있는 씨와도 같다. 발아하지 않는다. 대지를 뚫고나오는 용기와 그에 따른 아픔을 거부한다. 홀로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생명을 주신 이의, 더 많은 생명을 잉태하는 그 생명력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안위를 위하여 던져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나 하나 살기 위해 수많은 타인을 죽이는 살인과도 같다.


남을 향하는 삶, 정의롭고 공의로운 삶, 사랑을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선 선제 조건이 있다. 발아하여 대지를 뚫고나와 싹을 틔우는 그것이다. 그래서 보여져야 한다. 드러나야 한다. 비록 한 번 대지를 뚫고나오면 곧장 짐승들에게 밟힐 수도 있고, 먹힐 수도 있으며, 차라리 나오지 않았다면 안전하기라도 했을 거라는 후회가 될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온전한 생명을 이루기 위함이다. 창조주의 뜻에 따라 살기 위함이다.


어찌 개인의 안전함이 복음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 용기를 내어 대지 밖으로 나와 언제든, 그 누구든 싹을 틔울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에 복음의 존재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공공성이란 복음의 본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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