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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견딤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3. 27. 00:20


**김회권 목사님의 모세오경 중 출애굽기를 끝내고 (660페이지를 넘어갑니다),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을 묵상하며 써내려간 글입니다. 오늘밤부턴 레위기로 여행을 떠납니다.**


견딤.


믿음의 고백이나 결단, 깨달음과 깨우침, 그리고 은혜 받고 감사하는 모습. 모두 찬사를 받기에 합당한 순간들이지만, 어쩌면 이것들은 전체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한낱 하나의 미분계수, 즉 순간기울기값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앙인의 여정은 단조로운 직선코스이기보단, 계속해서 기울기가 변하여 수시로 극소와 극대점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다차원의 곡선코스다.


우리들 중엔 이미 최소점이나 최대점을 지나온 이들도 있을 것이고, 현재 최소점을 향해 치닫고 있어 좌절과 원망, 포기의 심정으로 가득 차 있는 이도 있을 것이며, 최대점에 가까워지고 있어 모든 것이 번영하는 듯한, 아주 잠시 동안의 핑크빛 착각 속에 빠져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또한 무풍지대를 만난 것처럼 순간기울이값이 0인 상태로 한 동안 머물러있어 지속된 안정감이 가져다주는 묘한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한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은 그 어느 상태에 있더라도 곡선은 어쨌거나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내하고 견뎌내기만 한다면 말이다. 바로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믿음이 생기고 신앙을 가졌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무대로 바뀌지 않는다. 신앙인의 삶은 혹시라도 예상했던 '누림'이기보단, 실제론 '견딤'에 가깝고, 그 견딤 속에서 우린 우리의 정체성과 사명을 확인, 점검하며 살아내게 되는 것이다. '이미'와 '아직' 사이의 중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신앙은 많은 경우 견딜 수 있는 힘으로 다가온다. 세상 속에서 있으면서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적전쟁은 뿔달린 검은 괴물과 싸우는 것이 아닌 신앙인의 삶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내의 삶을 살아내게 되는 과정은 위에서 언급한 곡선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곡선은 비록 어지럽지만 생명이 있기 때문에 계속 이어진다. 연속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 때문에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급하게 치솟을 때의 미분계수, 즉 순간기울기값이 아니라, 오히려 높고 낮음의 반복과 어지러울 정도로 지난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적분값에 있다. 바로 우리가 세상이라는 현장에서 진짜로 살아내는 삶의 모습들의 총합이다. 그리고 그 총합은 우리의 성품으로 표현된다. 즉 신앙생활을 적분하면 바로 성품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성품과 인품, 사람의 됨됨이, 사람다움의 중요성이 있고, 이 모든 것 배후에 복음의 발현이 녹아있다.


처절한 견딤의 삶을 살고 있는 이웃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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