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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풍성한 앎의 여정

가난한선비/과학자 2018. 11. 20. 06:38

풍성한 앎의 여정.


오늘은 메노나이트 예배에 참석을 했다. 누군가는 내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메노나이트가 이단이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 참석한 예배에선 온전히 예수가 그리스도이며 주님이라는 진리가 주저없이 선포되고 있었고, 성부성자성령의 하나되심의 교리가 기본으로 깔려있었다. 이스라엘의 여호와 하나님이 이방인이자 영적 이스라엘인 우리들의 하나님이 되심을 믿고 있었다.


만민을 향한, 만민을 향해야만 할 복음이 사리사욕을 위하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만을 위하는, 즉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peacekeeping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화와 정의, 회복, 위로, 중재와 화해의 메시지가 되어 설교자의 입에서 힘있게 흘러나와 온 교회를 물들이고 있었다. 즉, Peacemaking이나 peacebuilding의 방향으로 설교 뿐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 분위기가 흐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난 느낄 수 있었다.


내게 닥친 문제, 그리고 계획대로 되어지지 않는 인생에 노출되면서 급기야 알라딘의 요술램프의 지니, 잘못하면 혼내고 잘하면 상주는 식의 기복신앙의 거짓신 정도로 추락해버린 신이 아닌,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 억눌린 자와 헐벗은 자들을 돌보시며 정의와 공의에 기초한 복음으로 우리에게 은혜와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거기에선 예배하고 있었다. 성경 이야기에 갇혀있지 않았고, 교훈과 감동적인 얘기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가장 현실에 부합한 복음의 표현형으로써 그렇게 메노나이트는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었다.


한국 보수 장로교단에서 기독교 신앙을 처음 시작하고 청년이 되기까지 거의 달라지지 않은 우파의 색깔 신앙을 유지해오던 내 눈에 비쳐진 오늘 예배 분위기는 아주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99퍼센트의 교인이 모두 백인으로서 약 40-5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고, 대부분은 서로를 이미 잘 알고 있는듯한, 마치 의도하진 않았지만 꽤 닫혀있는 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는듯한 느낌도 주었지만, 오늘 내게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저 위에 군림하는 느낌을 주는 강단이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성도들은 설교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같은 높이에서 둥그렇게 둘러앉아 찬송을 하고 설교를 들었다. 너무나 자유로운 분위기였으며, 또 동시에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목사 한 명의 제왕적인 시스템은 온데간데 없었다. 난 거기서 자유를 느꼈고 해방을 느꼈다. 감사했다.


광고 시간에나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있는 성도들은 기꺼이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고, 깊이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었다. 아내는 눈물을 흘렸고 나 역시 논리와 이성을 넘어 강한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꽁꽁 싸매고 있었던 나의 욕심과 이기적인 계획들이 모두 내려놓아짐을 느꼈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하고 돕고 싶은 마음이 전신을 감쌌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함께한 예배에서 동일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느껴졌던 건 분명 성령의 역사라고 믿는다.


진리라고 전부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그저 하나의 의견이나 해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들 마주할 때마다 내 안의 확신은 하나씩 무너져가지만, 하나님의 자리는 더욱 커져만 감을 느낀다. 알 수 없는 하나님, 더 알고 싶은 하나님, 나의 아니 우리의 풍성한 앎의 여정에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앞으로 적어도 몇 번은 더 참석할 듯 싶다. 아내가 나보다 더 좋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기도응답이려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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