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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aith

찬양

가난한선비/과학자 2019. 7. 23. 07:43

찬양.

라디오나 유튜브에서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CCM으로 도배된 예배에 심취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 관심은 찬양단이 얼마나 원곡과 비슷하게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해내는지에 있었지요. 나 역시 한때는 드러머로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원곡과 비슷한 느낌의 곡을 연주할지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틀리지 않고 완벽한 곡을 재현해내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이 예배자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거라 여겼으며, 그 모든 것이 거룩한 사명이라 믿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께 더 아름다운 예배를 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날 곡을 얼마나 완벽하게 연주했느냐에 따라서 그 날 예배의 질이 결정나곤 했습니다. 교인들의 반응이 좋으면 성령이 뜨겁게 임재했다고 믿었으며, 박수 소리와 아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면 그날은 진정한 예배를 한 날로 자리매김하곤 했습니다.

잘못되었다거나 틀렸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스타일의 예배에 하나님의 임재가 거하지 않는다고 제가 감히 단정지을 순 없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제가 느낀 건 허무감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음악 감독도 아니고, 예배가 무슨 예능 프로그램도 아니고, 교회가 쇼하는 무대도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보기에 화려하고 완벽한 연주를 한다고 해서 진정한 예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찬양이 예배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에만 비중을 많이 두는 건 너무 인간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인 거잖아요.

요즈음 성공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찬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예배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지도 않습니다. 또한 무슨 대단한 악기 연주자나 학위나 타이틀을 가진 음악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홈리스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는 집합입니다. 저는 매주 찬양대의 찬양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진정성이 더욱 잘 전달되고 찬양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더욱 감사해하며 나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공동체, 하나님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예배하는 무리들의 한 목소리 한 마음이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제 멋적은 쇼 같은 행위보단 이런 찬양이 훨씬 더 좋습니다. 게다가 찬양 시간은 신학도 조금 알게 되고 여러 논쟁들도 접하며 차가워지고 교만해지는 저의 이성과 논리적인 면을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해독제라고나 할까요. 은혜는 논리를 넘어서는 것이며 사로잡히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더욱 경건한 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저의 신앙 여정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다만, 교만함에 치우치지 않도록, 마음과 몸을 늘 성령에 의지하며 하나님나라를 바라면서도 살아내길 원합니다. 모든 의심과 확신의 반복 속에서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명징하게 드러나 그것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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