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읽기와 쓰기

다양한 읽기의 필요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2. 6. 08:08

다양한 읽기의 필요

신형철의 ‘인생이 역사’를 읽다가 훅 하고 내 마음 깊은 곳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어제 대전으로 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읽은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에서도 다른 단어 다른 문체 그러나 같은 의미의 문장을 읽었다. 심지어 그 문장은 헤세의 작품 ‘데미안’에 나오는 것이라 했다. 

책을 읽을 필요는 분명하다. 자기만의 협소한 세계관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다. 자기가 왕이었던 좁은 우물이 파괴되기 위해서다. 자기에게 안정감을 제공해 주었던 알이 깨지기 위해서다. 공부로서의 책. 그러므로 과장하자면, 깨지지 않는 독서는 감히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양한 책을 읽을 필요 역시 분명하다. 자기만의 목소리에 갇히지 않고 한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여러 작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들 간의 다름과 같음을 비교해 가면서 좀 더 큰 세계관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신형철과 정여울, 나아가 헤세의 목소리를 듣고 별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세 명의 독립적인 존재로부터 같은 메시지를 마음속에 새긴다는 건 외부로부터 들어온 한 줄기 빛, 즉 구원과 다름 아닐 것이다. 

나 역시 헤세 전집을 읽고 각 작품에 대한 감상문도 남겼지만, 정여울은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직접 헤세가 태어나고 자란 공간, 헤세가 생을 마감했던 공간에 가서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각적 공감을 한 뒤 그로부터 오는 영감에 따라 여러 작품 속에서 여러 문장을 담아 자기만의 감성으로 풀어낸다. 책 한 권을 읽는 것과 누군가가 뽑아낸 문장을 따로 읽는 것의 차이도 재미있는 것 같다. 단, 후자는 전자 이후에 읽는 편이 아무래도 유익할 것이다. 몇 개의 문장만으로 한 작품을 다 안다고 떠벌이는 허풍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차자료는 해석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같은 작품을 읽고 사람들은 각자의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해석의 다양성. 언제나 독자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이 다양성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진정한 독서는 사람을 겸손케 한다.

'읽기와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가라는 정체성: 꾸준히 쓰기를 넘어 작가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  (0) 2023.02.12
책을 읽는다는 것  (0) 2023.02.11
말과 글  (0) 2023.01.20
보리스 사빈코프  (0) 2023.01.14
책 그리고 도서관  (0) 2022.12.22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