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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nologue

보기 좋다는 말

가난한선비/과학자 2023. 11. 7. 18:40

보기 좋다는 말

보기 좋다는 말은 아주 오래된 말이다. 단지 창세기 1장에 등장하는 표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의 본성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이 표현이 신과 사람 사이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용되는 현장을 목도한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며 일방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뉘앙스로써 주로 힘 있는 자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보기 좋다는 말은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이다. 나는 여기서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보기 좋다는 말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 있는 자들이 상대적으로 힘 없는 자들에게 보기 좋은 모습이나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주로 관습에 의지한다. 그 관습은 힘 있는 자들을 형성하고 성장시킨 환경이다. 중요한 건 그 공간 역시 하나의 우물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다르듯 그 사람을 있게 한 친숙한 환경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힘의 유무를 떠나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 그 어떤 우물도 다른 우물에 비해 우월하지 않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어떤 객관적인 근거 없이 단지 당신이 보기 싫다고 해서 내가 바꿀 필요는 없는 것이다.

힘 있는 텃새들이 익숙해 하는 방식이 전통이라는 옷을 입고 정통으로 둔갑하여 마치 그것이 모든 질서의 근거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심지어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자신이 곧 법이요 질서인 것처럼 생각하는 자들도 존재한다. 설상가상인 건 그런 자들은 주로 실세로써 우리에게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그들은 때로는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동호회 회장으로, 때로는 봉사활동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마치 겸양을 떠는 것처럼 보기 안 좋다는 말로 사람을 조종하려고 하지 마라. 당신 역시 누군가에겐 보기 좋지 않다. 그리고 당신은 법이나 규범을 대표하지 않는다. 텃새라고 해서 왕이 된 건 아니다. 당신이 군중을 대표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휩쓸려 왔듯 당신은 휩쓸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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