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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_’부정당하면서도 전진하는 사유의 찬란함, 테오도르 아도르노’를 읽고
이론과 실천의 관계
이론은 실천됨으로써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 그 자체로써 검증되고 천착돼야 할 만큼 '이론적인 문제' 역시 독자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한 철학자. 포이에르바하의 테제 "이제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설해왔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에 "어쩌면 실천적인 이행을 예고했던 해설이 불충분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라며 맞장을 떴던 철학자. 아도르노.
아도르노를 스무 페이지로 간략하게 훑어보며 내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이론과 실천의 관계를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포이에르바하의 테제도, 아도르노의 재해석도 모두 틀리지 않다고 본다. 둘은 서로를 대적하지 않는다. 사실 충분 혹은 불충분이라는 단어는 주관적이일뿐더러, 무언가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다음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언제나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어떤 일이 평생 충분할 수도 불충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이 실천과 상관없이 이론만으로도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든 이론이 과연 폐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나는 "No"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론만으로 존재하는 이론들이 실천으로 옮겨진 이론들보다 훨씬 더 많지 않은가. 그것들은 그것들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지니며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안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어떤 이론이 실천으로 옮겨졌다고 하는 건 어떻게 증명할 거냐고. 실천도 실천 나름 아니겠냐고. 허접하게 행해진 실천도 실천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고. 물론 말 장난 같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럴 땐 각자의 의미를 인정하는 편이 나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론가, 나아가 몽상가조차도 나름대로의 존재감이 있으며 그들 역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파트를 담당한 이순예의 설명이 내겐 한참 모자랐다. 두 번이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뭘 말하고 싶은지 잘 파악할 수 없었다. 나의 이해력이 미천하기도 하겠지만, 다른 파트들을 어느 정도 이해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판단할 때, 이순예의 글이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는 듯해 보였다. 본인은 아도르노를 잘 알 수 있어도 적어도 이 파트에서의 설명은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아도르노를 이 정도밖에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더구나 내겐 아도르노가 따로 시간을 내어 들여다보고 싶은 철학자에 속하진 않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이번이 아도르노를 접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 말이다.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차라리 부정변증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잘 설명해주었다면 오히려 아도르노를 더 잘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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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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