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회복을 위하여한병철 저, ‘서사의 위기’를 읽고서사의 위기는 서사의 종말에 대한 경고다. 인터넷, 스마트폰, 동영상,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공급되는 정보의 과포화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오늘날 우리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다. 텍스트와 영상을 대조하며 영상의 폐해를 논한다거나, AI로 인한 인간성 상실 등의 부작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책에서는 그것들보다 좀 더 근원적이고 좀 덜 기술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두 가지 개념 비교를 거듭 강조하면서 말이다. 하나는 정보와 지식의 대조, 다른 하나는 스토리와 서사의 대조이다. 저자 한병철은 이 시대에 지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신 모든 게 정보화되고 있으며 그 정보가 모든 곳을 채우고 있다고 말한다. 정보는..
망가진 세계라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강양구 저, '망가진 세계에서 우리는'을 읽고강렬한 붉은 바탕의 화려한 표지가 시선을 강탈한다. 하지만 제목만으로는 이 책의 정체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만화책인가 싶은 착각도 잠시, 부제를 보니 비로소 감이 잡힌다. 다음과 같다: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 필사적 SF 읽기'. 그런데 단순히 SF에 대한 독서에세이는 아닌 것 같다. '파국의 시대를 건너는'이라는 표현을 보면 시대상을 반영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F를 읽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시대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는 책인가? 싶은 궁금증이 든다. 책장을 넘겨 '들어가며'를 읽고 목차를 보면 완전히 파악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랜 기간 읽어온 수많은 SF 중에서 이 시대를 보며 독..
강유원 저, '철학 고전 강의' 3부를 읽고초월과 내재의 양면성부동의 원동자, 궁극의 현실태, 제1의 원인, 형상, 작용, 목적, 세계의 최고선, 그리고 신. 플라톤에 이어 그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 말하는 세계의 최고선은 세계를 이루는 부분들의 질서 가운데 놓여 있고, 세계의 지배원리에도 있다. 그 원리는 세계 안에 있기 때문에 내재적이며, 그 세계를 지배하기도 하기 때문에 초월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말했던 완전한 이데아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개별적인 존재자들 안에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근원적인 실체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 실체적인 것은 불변과 부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 그러나 이 실체적인 것이 생성과 소멸을 거치는 개별..
세상의 끝이자 시작, 죽음과 부활의 장소이승우 저, ‘캉탕‘을 읽고지리적으로 캉탕은 웬만한 지도엔 나오지도 않는 대서양의 작은 항구도시다. 캉탕의 의미는 그곳 사람들이 말하는 ‘세상의 끝’이라는 표현 속에 녹아있다. 지구는 둥글기에 세상의 끝은 세상의 시작과 같다. 그러므로 캉탕은 세상의 끝이자 세상의 시작이다. 또한,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끝은 없다고 할 수도 있고, 어디든 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어느 곳이나 세상의 끝이 될 수 있고 세상의 시작도 될 수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캉탕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여기가 바로 세상의 끝이자 시작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바로 이 점이 저자 이승우 작가의 숨은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이 시작이라는 것. 끝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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