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추방시키는 용기줌파 라히리 저,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읽고제2의 모국어이자 주언어였던 영어로부터 스스로를 추방시키고 이탈리아어를 제3의 모국어이자 제2의 주언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줌파 라히리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저명한 미국 작가다. 그녀는 인도 벵골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하여 이민자 신분으로 살게 되었고, 어릴 적엔 부모를 따라 벵골어를 사용하다가 미국 이주 후 영어를 사용하게 되며 이중 정체성을 평생 가지고 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탈리아어가 느닷없이 그녀의 삶으로 들어와 중심부에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탈리아, 그리고 그곳의 언어를 흡수하고 싶었던 그녀는 미국 작가로 전성기를 누리던 2012년 돌연 이탈리아로 ..
처음 만나는 체호프안톤 체호프 저, ‘낯선 여인의 키스‘를 읽고체호프의 단편을 언젠간 꼭 읽어 보리라 다짐했던 건 도스토옙스키를 막 읽기 시작하면서였고 코로나가 발발하기 이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이다. 단편집도 책장에 잘 모셔 두었기에 마음 내킬 때 손에 잡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계획은 다른 많은 계획들과 함께 무산되었고 나는 약 천 권의 책 중 단 오십 권만 남겨 두고 처분한 뒤 한국으로 들어왔다. 체호프 단편집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녹색광선 시리즈를 좋아한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다. 나는 녹색광선을 통해 푸쉬킨, 발자크, 츠바이크, 페렉을 처음 만났다. 모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알 수 있..
겸손한 나르치스헤르만 헤세 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읽고'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읽으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나는 이제 이 작품으로 감동을 받을 만큼 순수하지 않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줄 긋고 되새김질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했다는 것. 재밌는 건 초독 때 밑줄 그었던 부분 중 팔 할 정도는 이번에 밑줄을 긋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인데, 주로 이 작품의 주제 혹은 헤세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자아 발견 및 실현 혹은 개성화에 관련된 문장들이었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밑줄 그은 곳도 있었다. 주로 수려한 문학적 표현이 담긴 문장들이었다. 초독과 재독 사이의 7년이라는 기간은 그만큼 이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발견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어 무너진 자존감을 주체적으로 회복하라는 메시지는 생각 없이 회색지대에서 기계적으로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용기를 선사한다. 남의 시선에 맞춰 살다가 문득 인생의 대부분을 허비해 버린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는 구원과 해방을 선사해 줄지도 모른다. 우린 모두 사람이지만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 그 누구도 똑같지 않다는 사실. 여기에는 다양성과 개성이 기본 전제로 깔린다는 사실. 이 자명한 사실들을 개별적으로 깨닫고 실제 삶에서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추구하고 발전시키고 발현시키는 것은 마침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하며 삶을 살아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 일기를 읽다가 한참을 멈춰 서서 생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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