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나르치스헤르만 헤세 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읽고'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시 읽으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나는 이제 이 작품으로 감동을 받을 만큼 순수하지 않다는 것.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밑줄 긋고 되새김질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했다는 것. 재밌는 건 초독 때 밑줄 그었던 부분 중 팔 할 정도는 이번에 밑줄을 긋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인데, 주로 이 작품의 주제 혹은 헤세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자아 발견 및 실현 혹은 개성화에 관련된 문장들이었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밑줄 그은 곳도 있었다. 주로 수려한 문학적 표현이 담긴 문장들이었다. 초독과 재독 사이의 7년이라는 기간은 그만큼 이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자기만의 고유한 개성을 발견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어 무너진 자존감을 주체적으로 회복하라는 메시지는 생각 없이 회색지대에서 기계적으로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용기를 선사한다. 남의 시선에 맞춰 살다가 문득 인생의 대부분을 허비해 버린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는 구원과 해방을 선사해 줄지도 모른다. 우린 모두 사람이지만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 그 누구도 똑같지 않다는 사실. 여기에는 다양성과 개성이 기본 전제로 깔린다는 사실. 이 자명한 사실들을 개별적으로 깨닫고 실제 삶에서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추구하고 발전시키고 발현시키는 것은 마침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하며 삶을 살아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 일기를 읽다가 한참을 멈춰 서서 생각을 ..
다정하고 성실한 창작 수업문지혁 저, '소설 쓰고 앉아 있네'를 읽고자조적인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제목이 특이해서 고른 이 책에 제대로 낚였나 싶었는데, 웬걸, 글쓰기를 막 시작하던 때완 달리 작법서의 효용에 대해 이젠 냉랭한 입장에 서 있는 내게도 이 책은 꽤나 유용했다. 시점, 이야기, 서사, 플롯, 묘사, 대사, 대화, 퇴고 등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위한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사항들을 친절하게 소개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작법서들을 단순히 짜깁기한 듯한 고리타분한 인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작법서들을 굳이 보지 않아도 이 책 한 권이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저자 문지혁 작가의 진정성 있는 개인 서사가 진하게 묻어 있다는 점, 그리고 전혀 교조적이지 않고 다정한 옆집 형(혹..
헤벨드문드문 방황하며 교회당에 출입하지 않던 2-3년 정도의 기간을 제외한다면 국민학교 3학년부터 교회를 다녔으니 벌써 교회 다닌 지 거의 4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들었던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를 모두 기억하진 못하지만, 대충 통계를 내보면 팔 할 이상이 신약성경을 본문으로 했던 것 같고, 나머지인 이 할 이하가 구약성경을 본문으로 했던 것 같다. 신약성경을 본문으로 한 설교의 경우 대부분이 예수의 탄생, 죽음, 부활, 그리고 기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공생애 기간에 예수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려진 자들과 소통하며 전복적인 메시지를 전하셨는지에 대해서는 설교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 예수는 마치 마술 같은 기적을 행하는 존재,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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