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아닌 사랑 엔도 슈사쿠 저, '사해 부근에서'를 읽고 묵직한 한 방을 제대로 맞았다. 날카로운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먹먹한 가슴이 되었다. 꽤 오래갈 것 같은 예감이다. 아, 이렇게 또 엔도 슈사쿠를 만났다. 명쾌한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책. 의심을 사라지게 하는 대신 자명하게 여겼던 것들까지도 반추하게 만드는 책. 내가 알던 지식과 내가 믿던 믿음이 건강한지, 치우치진 않았는지 다시 묻게 만드는 책. 책은 도끼이기도 하지만 안개 자욱한 숲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이기도 하다. 나는 찍히고 깨달으면서도 동시에 불안과 의심의 깊은 숲을 홀로 통과하게 된다. 확신의 죄에서 해방받는 유일한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나는 책을 읽는, 아니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여섯 번째..
인간스러움과 인간다움 다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열 명이 넘는 사람의 경우를 보면,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사람과 현 정권을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같은 과로 구분이 된다. 놀라운 사실이다. 그들의 공통점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그것은 바로 ‘반지성’이라 할 수 있을 그 무엇이었다. 이들은 굉장히 닮았다. 과학, 신학, 철학, 정치, 이렇게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이들에겐 같은 패턴이 보인다. 즉 영역과 상관없는 문제인 셈이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관찰한 이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듣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척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자기가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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