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의 순간들이 글이 될 때안규철 저, '사물의 뒷모습'을 읽고'뒷모습'이라는 단어에 끌렸다. 미리 보기로 '책머리에'를 읽었다.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제목이었다. 읽고 나서 생각했다. 아, 이런 단락으로 책을 열다니. 수집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아래에 옮긴다. |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끊기고 낯선 정적이 흐르는 순간을 독일어나 불어에서는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을 빌리면 이 책의 글들은 내 안에서 천사가 지나간 시간들의 기록이다. | (4페이지 첫 단락 발췌) 이어지는 단락에서 나는 그가 미술을 전공한 예술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작업실에서 혼자 침묵 가운데 보내는 시간, ..
데미안의 세계, 내 안의 데미안헤르만 헤세 저, '데미안'을 다시 읽고 한때 낙원이었던 세계가 실낙원이 되어 버리는 경험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우리는 변화된다. 누군가에겐 성장이고, 또 누군가에겐 타락이 되고 마는 이 변화를 통해 우린 인생의 여러 변곡점들을 통과한다. 예기치 못한 사건의 발생, 통제 불가능한 상황의 전개, 의지와 상관없이 만나게 되는 소수의 사람들. 우연인지 필연인지, 구원인지 저주인지 확신할 수 없는 일들의 연쇄 속에서 우리가 겪는 이 변화들의 총합은 곧 우리 인생의 방향과 색을 정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정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견인하는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우리 자신과 인생의 의미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우린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른 인생을 ..
더 깊고 도 풍성한 읽기를 위해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의도적으로 느리게 읽는다는 건 그 책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마지막 즙까지 모조리 빨아먹기 위해서다. 살다 보면 그런 책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운명을 믿지 않아도 운명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압도되는 그 기분.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게 되는 그 마음. 책 읽는 기쁨을 증폭시키고 강화시키며 지속하게 하는 힘이다.그런가 하면 느리게 읽을 수밖에 없는 책도 있다.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건 나의 한계를 직시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뜻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책을 덮을 것이냐, 느리더라도, 힘들더라도 계속 읽을 것이냐.편하고 쉬운 소설만 읽게 되면 자칫 그 속도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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