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로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볼 때안규철 저,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을 읽고몇 개월 전 '사물의 뒷모습'이라는 에세이집을 읽고 안규철 작가의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다. 대상을 관찰하는 그의 시선, 그 이후에 따라오는 성찰, 그리고 사유의 마침표를 찍는 그의 통찰이 짧은 글 안에 잘 녹아 있었다. 제목에 나온 뒷모습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쏙 들었는데, 나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많은 말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듬어지지 않고 숨길 수 없는 한 사람의 본연의 모습이 뒷모습에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사물의 뒷모습이라니. 그의 시선은 사람에 머물지 않는다. 생명을 가진 것들에 머물지도 않는다. 세상 모든 것들의 뒷모습을 보며 사유하는 작가 안규철의 그다음 책이 나는 몹시 궁금했다. 제목이 ..
불확실성,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삶문지혁 저, ‘고잉 홈‘을 읽고’소설 쓰고 앉아 있네’라는 제목의 소설 작법서로 처음 만난 문지혁 작가의 소설이 궁금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초급 한국어‘를 고를까 하다가 작년에 출간된 ’고잉 홈‘을 이번 추석 연휴에 읽을 책으로 골랐다. 이유는 다분히 즉흥적이었다. 책에 실린 첫 단편이 뉴욕발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쓰였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 한국발 엘에이행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감상을 남기고 있다. 비행기 안이라는 비슷한 상황 덕에 왠지 책에 몰입할 수 있을 거라는 내 즉흥적인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소설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긴다.1.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책을 여는 작품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사유와 감각, 피안과 차안의 합일: 단일성과 현재성에 대하여헤르만 헤세 저, '싯다르타'를 다시 읽고비록 ‘싯다르타’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보다 먼저 쓰였지만, 초독 때와 달리 이번엔 의도적으로 나중에 읽은 까닭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이루지 못한 공백을 '싯다르타'가 충실하게 메운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르치스가 이성, 머리, 정신, 학문을 대변한다면, 골드문트는 감성, 가슴, 육체, 예술을 대변한다. 이 양극은 작품 마지막에 가서도 좁혀지지 않는다. 양극이 서로 다른 개인으로 발현되어 있다는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합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싯다르타'에서는 이것이 이루어진다. 마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싯다르타 한 개인 안에서 합일을 이룬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를 '사유와 감각의 합일..
마커스 보그의 고백마커스 보그 저, '마커스 보그의 고백'을 읽고이 책은 70년이란 세월을 살아낸 마커스 보그가 그의 ‘기억’, 그가 경험한 세 가지 측면에서의 ‘회심’, 그리고 그 여정에서 얻은 ‘확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삶을 돌아보며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에 관련된 생각을 정리한 역작이다.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그 사람이 나이가 지긋이 든 경우라면, 내겐 우선적인 경청의 대상이 된다. 나는 근본주의적 보수 신앙을 가진 채 시대의 조류와 어쩌다 맞아떨어져 연예인처럼 부와 명예와 힘을 거머쥐고 화려한 인생을 살다가 추하게 늙어버린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을 여럿 알고 있다. 그들의 말과 글은 공허하여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진리라면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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