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파 밖으로 나갔다. 강렬한 태양을 등지고 바다나 한번 구경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렇잖아도 인천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1년이 넘었는데 바다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를 끌고 송도 신도시의 가장자리로 가면 바다가 보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보이는 건 공사장 뿐.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인천에 와서 하루도 빠짐없이 봐왔던 건 공사현장. 첨엔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렸다. 전혀 어색하지 않게 내 일상의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아버린 것이다.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여기, 송도 신도시에서 바다를 볼 수 없다는 이 아이러니! 또다시 난 이 공사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사현장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
선선한 날씨에 이불을 폭 덮고 자고 난 다음날은 마냥 상쾌하기만 하다. 워낙 덥고 찝찝한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한겨울에도 창문을 꼭 닫아 놓고 자는 법이 없었다. 이불이 제공해주는 따뜻함을 느끼며 자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랄까. 하지만 어젠 자다가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아직 겨울이 오려면 멀었는데 이불은 나에게 예전의 그 따뜻함을 제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선한 날씨는 그대로이고 이불도 그대로인데 내게 느껴지는 따뜻함만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가을의 선선한 대기를 피하기 시작한 거다. 아내가 임신하고 나서부터였던가. 임신한 아내의 배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나의 팔베개를 하고 잠을 청하던 아내를 품에 안고 잠들기를 그만둔건. 언제부터인가 아내를 안고 잠이 들던 일상은 ..
결국 상처는 내 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죄는 다름 아닌 자기애를 먹고 산다. 죄는 너무나 치명적이다. 죄는 우리의 영혼을 파멸시키고 영원한 죽음으로 이끈다. 죄는 우리의 자아와 합일되어 있다. 따라서 죄만 없애고 자신은 살릴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예수님께서 죽으실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상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해도 좌절하고 마는 이유는 나는 살고 문제만 제거하려는 인본적인 노력, 그 노력이 종국적으로 실패이기 때문이다. -더 내려놓음 (이용규)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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