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에서 생명으로| 모든 신앙인이 저마다의 경험이 있겠지만, 저에게도 자궁을 지나고 나팔관을 통과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마흔 언저리, 인생의 낮은 점을 지나면서 신앙에 깊은 회의가 찾아왔습니다. 확신에 차 있던 많은 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의심의 구렁텅이로 떨어졌습니다. 기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손에 꼭 쥐고 있던 것들은 저의 내면세계 깊은 곳에 뿌리내린 채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저의 신앙은 성공 지향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성공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던 저에게 신앙은 빛나는 액세서리일 뿐이었습니다. 그저 제가 바라던 인생의 목표인 성공과 출세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덮어줄 효율적인 완충재나 그럴듯한 포장지 역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은혜의 과정 없..
선천적 증후군은 유전인가 | 다시 제 어릴 적 기억으로 돌아가 봅니다. 이번에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아이가 아닌, 그 아이의 어머니와 뒤늦게 합류하신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저의 시선이 멈춥니다. 두 분 다 다운증후군이 아닙니다. 또 밖에서 뛰어놀다가 아버지와 함께 들어온 첫째 아이 역시 다운증후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지금의 제 눈에는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그 의미를 곱씹게 됩니다. ‘선천적 증후군’과 ‘유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이 팽배해 있는지 보게 됩니다. 선천적 질환은 모두 유전병일까요? 아닙니다. 어떤 선천적 질환은 유전병에 속하지만 모든 선천적 질환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번 장에서 우리가..
특별한 생일 파티| 중학생 시절 엄마의 친구 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집 둘째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족도 친척도 아니고, 친한 친구의 생일도 아니었으며, 돌잔치처럼 특별히 기념할 만한 날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날 엄마가 저와 동생을 데려간 이유를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날 저는 엄마에게서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엄마는 그날에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인사를 주고받고 그 집 안으로 들어서서 그날의 주인공을 본 순간 의아했던 모든 것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왜 달라 보였는지, 왜 그 생일이 특별했는지 저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미간은 ..
쪽자 할머니 이야기 | 제가 태어나고 자란 부산에서는 국자 위에 설탕을 올리고 천천히 데우면서 끈적한 액체가 되도록 녹인 뒤 베이킹 소다를 조금 넣 어 밝은 갈색이 나게 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액체를 국자에서 분리한 뒤 천천히 굳히면서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 과자처럼 먹는 간식, 일명 ‘달고나’를 ‘쪽자’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어릴 적엔 동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쪽자를 만들어 먹는 장면 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자주 먹으면서 행복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비록 엄마에게 자주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혼나기도 했었지만, 그 당시를 떠올리면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지어집니다. 저는 쪽자가 달고나의 경상남도 방언이라는 사실을 대학에 가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대학에 가니 여러 지방 출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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